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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득 하위 80%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급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 지도부도 맞벌이 부부 등에는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정부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나섰다.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밝히자마자…與 "기준 확대할 것"정부는 지난 1일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코로나 상생 국민 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가구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되, 지원대상은 건강보험료를 활용해 골라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안도걸 2차관은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건강보험에 가입돼있다"며 "가장 보편적으로 재산소득을 나타내는 지표여서 이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밝힌 이 날,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맞벌이 부부 등에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조금 늘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전날 같은 당 송영길 대표도 "(상위 20%에 해당하는) 연 소득 1억원 이상 가구라 하더라도 부부가 맞벌이면 중산층"이라며 지급 대상 확대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1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업계대표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자리·고용 분야 예산협의회'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건강보험료'로 소득 가른다? 형평성·소득역전 논란 불가피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계획을 내놓자마자 여당이 보완책 강구부터 서두르는 이유는 건강보험료만으로 국민들의 소득을 파악하기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두되는 지적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형평성 논란이다. 1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 직장가입자는 최근 소득까지 반영해 건강보험료가 정해지지만, 100인 이하 직장가입자는 지난해 소득이 기준이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 직격탄은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지역가입자들은 2019년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매겨지기 때문에 코로나19 위기 동안 겪은 매출 피해가 반영되지 않아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 수준과 실제 살림살이가 달라 빚어질 수 있는 '소득 역전' 우려도 크다. 여당이 지적한대로 가구의 총소득은 같더라도 외벌이와 맞벌이, 자녀까지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등 실제 경제적 상황이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소득이 낮더라도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이 많은 경우도 있다. 게다가 직장가입자는 소득만으로 보험료를 산출하지만, 지역가입자들은 집, 자동차 등 자산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대상자, 지급방안 등을 마련하면서, 고액자산가에게는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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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당시 기재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안을 주장하면서, 재산세 과표 9억원 이상(주택 공시가 약 15억원), 금융소득 2천만원 이상 고액자산가를 '컷오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보유세 논란이 불거진 마당에 당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반발에 부딪힐 소지가 크다.
일단 정부는 건강보험료 기준의 장점으로 '신속성'을 들며 한 달 안에 지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위의 쟁점들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길어질 수도 있다.
◇기준도 준비 않고 선별 지급 주장하던 기재부…"차라리 先일괄지급 後연말정산 하라"이러한 건보료를 기준으로 한 선별 지급의 맹점은 지난해에 재난지원금을 편성할 때마다 반복해서 제기됐던 문제들이다.
기재부도 이를 인정하고 지난해부터 소득재산조사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미 한계가 드러난 건강보험료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해 추경 예산안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결국 기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 1년 3개월여 동안 확고한 소득 기준을 마련하지도 못한 채 줄곧 '선별 지원'을 고집해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급 시기를 다소 늦추더라도 더 자세한 소득평가지표를 마련해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우선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가 연말정산으로 환수하자고 제안했다.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전성인 교수는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자산가와 고소득자 간의 왜곡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단순히 소득만으로 선을 긋기보다 업종별 차이 등 다양한 지표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햇다.
이어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영업상의 이유로 정부 및 금융기관에 진 금융부채에 대해 탕감해주는 등 다른 방안을 병행해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선 지원하고,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신고 과정에서 지원금을 소득으로 반영해 과세 체계를 통해 환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세법에서 복지 급여를 따로 '소득'으로 보지 않아 세금을 부과하기 어려운데, 관련 세법을 개정해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은 2018년 아동수당 지급 상황처럼 전 국민에 대상으로 한 '공통 소득 재산 항목'을 마련해 적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위 80%를 정확하게 한정해 지원할 수도 있다"며 "어차피 실제 추경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테니,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