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주택 전세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민간시장에선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맞물린 가운데 당초 '전세난 대응' 차원에서 나온 공공의 공급도 뒤처지는 모양새다.
◇ 치솟는 전셋값…전망도 어둡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달 둘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6% 상승해 전주 대비 폭을 키웠다. 서울(0.11%)과 수도권(0.18%)이 대표적인데, 특히 서울의 경우 상승세가 103주나 계속됐다.
지난달 전체 주택을 기준으로 한 상승률은 0.36%에 달했다.
계절적 비수기뿐만 아니라 재건축 등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단지의 이주 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부동산원의 분석이다.
안 그래도 저금리에 계속되던 전세 물량 감소세가 지난해 임대차법 통과 이후 더 강하게 탄력을 받은 것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아온 것은 덤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318건으로, 1달 전에 비해 5.8%, 3달 전에 비해 13.8%이나 줄었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비관적이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114.0으로, 전월 대비 3.2p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향후 전세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 LH 비리 의혹에, 약정 이후 절차에…공공임대도 속도 못 내이런 가운데 당초 전세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왔던 정부의 전세대책 역시 지지부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관계기관 합동 11‧19 전세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11만 4천 호를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추가 공급(수도권 7만 호)하겠다고 밝혔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전월세 관련 법 통과 이후 공급난에 시장의 불안이 커진 데 대응한다는 취지였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공급 목표 물량은 전국 4만 9천 호(수도권 2만 4천 호)에 달했다. △공공임대 기존 공실 활용(전세 전환) 3만 9100호 △중형평대 공공전세주택 3천 호 △신축 매입약정(보증금 전환 80% 가능)으로 7천 호 등이다.
실제 공공임대주택 기존 공실 활용 물량은 이미 입주자 모집 등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 4월 말 기준 공공전세주택은 880호, 신축매입약정은 1400호에 그쳤고, 이후 진척도 더딘 상황이다. "상반기 목표 물량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게 국토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LH 직원 투기 의혹이 매입임대주택 비리 의혹으로도 번지면서 LH가 전 직원 조사를 실시하는 등 관련 사태가 건건이 발목을 붙잡았던 탓도 있다.
심지어 이러한 당국의 '공급' 기준마저도 신축 매입약정과 공공전세주택의 경우 '약정 체결', 비주택 리모델링은 '건축허가'에 그친다는 점에서, 현재 시장 상황의 '급한 불'엔 더더욱 와닿지 않는 실정이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임대 공급 물량을 입주가 아닌 인허가 등 기준으로 잡으니 시장 상황과 정부 공급 선언이 동떨어지고, 그게 바로 가격지표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등록 임대사업자에게서 매물이 나올 2023년에야 조금 숨통이 트이고, 정부의 대규모 공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질 2025년 이전까지는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