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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가져오면 현금 드려요…"쓰레기는 돈·재활용은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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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도시전환③]
지구에 해로운 것 팔지 않는 공판장…플라스틱 '사는' 카페
채식, 이메일 지우기도 탄소중립…200만 회원 일상 속 실천

신석우 기자

 

탄소중립의 목적은 간단하다. 지구와 인류의 지속성 확보다. 폭염과 혹한,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 위기에서 살아남자는 것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 상승하면 기후는 재앙이 된다. 온도 상승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0)로 줄이자는 것이 탄소중립, 즉 넷제로(Net Zero)이고 200여 국가가 넷 제로를 약속한 것이 파리기후협약이다.

탈(脫)석탄으로 대표되는 탄소중립은 생활과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플라스틱은 줄이고 쓰레기는 재활용(자원순환)해야 한다. 화력발전은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100%(RE100)를 향한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고 관련법도 제·개정해야 한다. 소비 패턴과 생산 공정이 바뀌고 일자리가 생기거나 사라지면서 산업도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배제·낙오되는 시민은 없어야 한다.

지속성 확보는 탄소중립만으로 가능할까. 공정과 정의 등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류 가치에 반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 이를테면 양극화와 혐오라는 산을 넘지 않고도 가능할까. 양극화는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혐오 범죄는 내 가족을 위협한다. 공정과 정의를 둘러싼 갈등과 불만은 사회 비용을 배가시킨다. 배려와 공동체, 포용적 사회를 향한 인식 전환이 중요한 이유다.

탄소중립과 포용적 사회로의 대전환을 우리는 '도시 전환'이라 부른다. 도시전환의 주체인 국가와 기업, 시민 가운데 성패의 열쇠를 쥔 것은 역시 시민의 동참이다. 대전CBS는 시민들의 이해와 동참을 돕는 한편 넷제로 생태계 조성과 이를 위한 탄소화폐 도입을 제안하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환경·경제 재앙에서 살아남는 법
②탄소중립이 기후위기만? "먹고사는 문제"
③플라스틱 가져오면 현금 드려요…"쓰레기는 돈, 재활용은 놀이"
(계속)
넷제로 공판장 모습. 신석우 기자

 

탄소중립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구에 해로운 건 안 팔아요"

대청호 자락인 대전 대덕구 미호동 주민들은 최근 수세미 재배를 다시 시작했다. 얼마 전 마을 공판장이라는 판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넷제로 공판장'은 주민과 함께 추진하는 탄소중립을 지향한다. 도심과 40여 분 떨어진 대청호 자락 마을 속으로 들어온 이유다.

공판장에서는 수세미와 소프넛(천연 비누) 말고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샴푸바, 고체 치약 등도 구매할 수 있다. '지구에 해로운 것은 팔지 않는' 이 곳에 딱 하나 플라스틱 제품이 있는데, 인근 신탄진 주조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다. 최근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선언한 곳이다.

공판장을 운영 중인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양흥모 이사장은 "현재 불투명한 막걸리 용기를 투명 용기로, 또 유리 용기로 전환하고 생산 과정의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약속한 기업"이라며 "탄소중립의 가치를 향하는 re100 기업으로 인정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삽니다

대전 동구 자양동 우송대 인근의 카페 '자양분'은 지난 100일 동안 폐플라스틱을 '구매'했다.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고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플라스틱 삽니다' 캠페인은 주민들이 가져온 플라스틱만큼 코인을 교환해주고, 해당 코인은 넷제로에 뜻을 함께 하는 인근 가게에서 사용하도록 했다. 100일 동안 310여 명의 시민이 7만여 개 플라스틱을 모아왔고, 6660여 개 코인으로 교환됐다.

카페 자양분은 지난 100일 동안 '플라스틱 삽니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신석우 기자

 

김미진 자양분 매니저는 "재활용 여부 등에 대한 설명이 조금 힘들었지만 대전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 찾는 분들도 있고, 아이 교육을 위해 가족 단위로 찾아오셨던 분들도 많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도 "2차 캠페인 때에는 폐지 줍는 분들과의 관계나 당초 계획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점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덕구 덕암동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플라스틱 자동회수기' 2대가 설치돼있다. 알루미늄 캔이나 투명 페트병을 투입구에 넣으면 개당 1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AI기반 자원순환 로봇이다. 2000포인트부터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수거된 폐플라스틱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거나 업사이클링을 거쳐 새롭게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같은 방식의 오프라인 플랫폼도 등장했다. 매주 토요일 대덕구 효성공원에서는 플라스틱 장터(?)가 열린다. 자동 회수기와 다른 점은 현금 대신 지역화폐인 대덕e로움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채식·이메일 삭제도 탄소중립

대전 대덕구(구청장 박정현) 구내 식당은 매주 한 차례씩 채식을 준비한다. 1년에 30년산 소나무 15그루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매주 수요일은 불필요한 이메일을 삭제하는 날이다. 데이터 보존을 위한 전기(이산화탄소4g) 절약을 위해서다. 텀블러와 대나무 칫솔 사용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이 직접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 '햇빛발전소' 사업도 본격화했다. 햇빛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스스로 소비하거나 '거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대덕구는 에너지전환 플랫폼 에너지 카페와 RE100기업 인정 캠페인, 10만 탄소다이어터 양성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대덕구 덕암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플라스틱 자동회수로봇. 신석우 기자

 

박정현 구청장은 "탄소중립과 일상 속 주민과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10만 탄소 다이어터 양성을 비롯해 동네 커피숍이나 꽃집 등에 숍인숍 형태의 에코숍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매주 목요일은 구민 전체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특구'를 조성하는 게 비전"이라고 밝혔다.

◇'200만 회원' 새마을운동의 변신

최근에는 새마을운동중앙회의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운동의 지향점을 탄소중립에 두고 △나무 심기 △화석연료로 생산된 제품 사용 줄이기 △채식 권장 △대체에너지 사용 확대 등의 운동을 중점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만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일상 속 영향력도 만만치 않을 터. 정부가 최근 탄소중립을 향한 새마을운동의 적극적 활동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염홍철 중앙회 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인간의 탐욕과 소비가 인류의 역사를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탐욕이 아닌 배려, 대량소비가 아닌 소비를 줄이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새마을운동의 방향성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생명운동이란 이름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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