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관련 정책의원총회. 윤창원 기자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둘러싼 지난한 논의가 1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중산층 세금 부담을 의식하는 당 지도부와,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개혁파 의원들이 물러설 곳 없는 '끝장 토론'에 나선다.
종부세 완화에 부정적인 의견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지만 부결될 경우 갓 출범한 송영길 대표 체제에 부담이 지워질 수 있다는 논리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성난 수도권 민심 되찾으려…
의총 안건으로는 1가구 1주택 대상 과세를 상위 2%에 한정 짓는 방안이 제시된다. 2%라면 공시가격 11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 이하 주택은 일괄 면제, 이상은 일부 감면하는 방식이다.
당내 반발을 감안해 대상을 상위 2%로 하되 과표기준을 기존 9억 원에 묶어두는 수정안도 한때 검토됐지만 과세체계와 모순된다는 지적에 엎어지면서 결국 기존 방안이 오르게 됐다.
가장 큰 고민은 서울 고급 아파트에 살지만 1주택에 실거주하는 이들의 반발이다. 집값 상승과 공시가 현실화가 맞물리면서 갑자기 세 부담이 높아진 경우는 구제해야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창원 기자
송영길 대표도 꾸준히 종부세 완화 쪽에 힘을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에도 당 부동산특위가 발표한 '상위 2%'안은 사실 본인이 제시한 것이라며 이 방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부동산 민심을 다잡기 위해 기존 정부 대책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겠다는 계산도 읽힌다.
◇"민심 악화? 집값 폭증 때문 아닐까"그러나 의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 의원 60여 명은 아예 종부세 완화 논의 자체를 우려한다는 뜻을 입장문 형태로 원내지도부에 전달했다.
입장문 정리 과정에는 더좋은미래, 민평련, 민주주의 4.0 등 초선 모임을 제외한 당내 주요 조직이 주도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친문(친문재인계) 개혁파 의원들도 비판적 시각을 잇달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이들은 섣불리 세제를 건드렸다가 정책 일관성을 흐릴 경우 투기 조장,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매물을 내놓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개혁파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 직후에는 잘 몰랐는데 다시 평가해 보니 부동산 민심 악화의 핵심 원인은 집값 폭증인 것 같다"며 "세제가 아니라 공급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리더십 발목" VS "본질 흐리나"사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종부세 문제를 다루는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재산세 완화안과 함께 논의했었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 도출을 미뤘던 것.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정책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윤창원 기자
이번 의총에서는 부동산특위 김진표 위원장과 친문 개혁파 진성준 의원이 프레젠테이션으로 맞붙을 예정이지만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최종 부결된다면 종부세는 현행 과세기준을 유지하되 납부유예제도 등 보완책을 추가한 정부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럴 경우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송영길호 리더십에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몇몇 의원들은 "지도부가 외려 그런 프레임을 무기로 본질을 흐리는 것 같다"며 "공급 대책, 대출 규제 완화, 재산세 문제도 이견이 있었지만 정무적 판단으로 지도부 입장에 동의했는데 종부세 하나로 그렇게 규정할 순 없지 않겠나"라고 반박했다.
한편 의총에서는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기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되 양도차익 규모별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상한을 설정하자는 논의도 함께 이뤄진다.
종부세, 양도세 모두 문재인 정부 집권 말기 부동산 정책 방향을 가를 변곡점이 될 수 있는 터라 특히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