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컴퍼니 제공
한국에서 최고 티켓파워를 지닌 뮤지컬 배우. 전 세계를 누비던 아이돌 그룹 출신인 김준수는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로 데뷔한 후 '드라큘라', '엑스칼리버', '엘리자벳', '데스노트', '도리안그레이' 등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채웠다.
이중 김준수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드라큘라'다. 김준수는 지난달 2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 '드라큘라' 초연부터 네 번의 시즌(2014·2016·2020) 모두 참여했다.
김준수는 지난 14일 화상 인터뷰에서 "뮤지컬 '드라큘라'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공연했지만 한국 버전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자부한다"며 "저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관객에게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존재를 각인시킨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이전 시즌 혹은 매 회차마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애드립을 적절히 구사한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어요. 공연날 상대 배우의 대사 톤이나 제 컨디션·기분에 따라 대사를 조금씩 바꿔요. 노래할 때나 대사를 칠 때도 힘을 좀 빼고요. 애드립이 사소해보여도 그 회차 공연에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해요. 회전문 관객에 대한 보답 차원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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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준비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도 적극 어필했다.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자신이 뱀파이어가 된 사연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다. 제가 '대사 대신 노래로 이 상황을 표현해보자'고 건의해서 이번 시즌 '쉬'(She)라는 넘버가 탄생했다"고 했다.
드라큘라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머리' 탄생비화도 밝혔다. "초연 당시 첫 공연 올리기 2~3일 전 결정됐어요. 백발의 드라큘라가 조나단을 통해 젊음을 되찾는 과정에서 '프레쉬 블러드'(Fresh Blood)라는 넘버를 부르죠. 제작진에게 '흡혈을 했으니 이후 장면부터 머리색도 빨갛게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어요. 의견이 반영된 건 감사하지만 두피 관리에 신경 많이 써야 합니다. 하하"
이번 시즌에는 김준수와 전동석, 신성록이 드라큘라를, 조정은과 임혜영, 박지연이 미나를 연기한다. '김준수표 드라큘라'의 매력은 뭘까. "사이코적인, 광기 어린 드라큘라를 느끼고 싶다면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을 봐주세요." 미나 역 배우들과 호흡도 좋다. "세 시즌을 함께 한 (조)정은, (임)혜영 누나와는 티키타카가 잘 되고요. 박지연은 씩씩한 미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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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뮤지컬 데뷔 11년차. 김준수는 자신을 "뮤지컬 배우이기 전에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이라고 했다. "제가 출연하지 않는 뮤지컬도 보러 다녀요. 최근에는 '위키드'를 관람했죠." 그러면서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의 손승연에게 엄지를 세웠다. 무대에 오르기 전 루틴은 있을까. "무대 조명이 켜지는 순간부터 몰입해서 공연해요. 대신 무대를 내려오면 그 캐릭터에서 완전히 벗어나죠. 목 관리요? 따로 안 해요. 잘 자고 가볍게라도 배를 채우는 정도죠."
'드라큘라'는 팬데믹으로 여러 차례 난항을 겪었다. 2020년 시즌에는 여러 회차를 취소했고 이번 시즌에는 배우들이 잇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개막을 늦췄다. 김준수는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매회 오늘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다"고 했다. "무대에서는 객석이 잘 안 보이지만, 희미하게나마 슬픈 장면에서 관객이 훌쩍이거나 눈물을 닦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힘이 난다"고도 했다.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들의 롤모델이기도 한 김준수는 "앞으로 '킹키부츠'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밝은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목표는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무대에 은은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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