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한 몸에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안이 나왔다.
하지만 투기와 전관예우 등에 대한 통제 장치를 만들고 윤리경영을 강화했으나 '조직 개편'에 대해선 단정적인 결론이 담기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우선 제시한 조직 개편안은 3가지이지만, 각각 장단점을 둘러싼 당정 간 불협화음은 끝내 '다음'으로 공을 넘겼다.
◇토지‧주택‧주거복지 '수평분리'…"기능 약화 우려"
LH의 주요 사업부문으로는 택지사업과 주택사업, 주거복지사업이 있다. 정부의 3가지 안은 이러한 핵심 기능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분리하느냐로 나뉜다.
우선 1안은 토지부문과 주택‧주거복지부문을 가르는 구상이다. 가령 토지공사와 주택‧주거복지공사로 기능을 나눠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식이다.
토지와 주택 개발 사업을 각각 분리해 독점을 해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2안은 주거복지부문을 따로 떼고 토지부문과 주택부문을 하나로 하는 것이다.
토지와 주택부문 기능을 합했다는 점에서 당장 공공이 입지를 선정하고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주택 건설을 주도하는 2‧4대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꼽힌다.
다만 이때 주거복지부문은 '공사'보다는 '공단'의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공사는 수익과 이에 따른 배당금 체계가 기본이지만, 공단은 자본금이 없는 특수법인으로서 사실상 '적자사업'인 주거복지사업을 맡기에 더 용이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결과적으론 두 가지 안 모두 "고유의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난제다.
1안의 경우 업무 기능이 상당수 중복되는 두 부문을 무리하게 나누면서 업무 비효율과 경쟁적 난개발의 어려움 등이 우려지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 때문에 2‧4대책 등 공급대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9년 통합 이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그랬듯, 택지 조성과 주택 건설이 분절적으로 이뤄져 시간과 비용 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2안 역시 홀로 떼인 주거복지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토지부문에서 나던 수익으로 주거복지 부문을 받쳐주던 '교차보전' 방식이 당장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사업은 주택 한 호당 보통 1억 원이 넘는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이 점에서는 1안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주택부문 분양수익에 비해 임대주택 건설의 적자폭이 훨씬 더 큰 탓이다.
다만 법적 정비를 통해 두 공사(또는 공단) 간 교차보전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만들어진다면 이 또한 긍정적인 안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주거복지 모회사와 토지‧주택 자회사…"맹탕 개혁" 비판도
박종민 기자
3안은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토지부문과 주택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수직 분리 방식이다.
토지와 주택 부문 기능을 통합해 안정적인 공급대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토부는 이를 '당초 정부 검토안'으로 꼽았다. 자회사인 토지‧주택부문에서의 개발이익을 배당으로 회수해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교차보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맹탕'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식의 수직 분리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공의 투기를 방지하는 데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이번 혁신안에 취업제한 확대 등 전관예우 문제에 대처하는 내용이 담긴 것은 긍정적이지만, 조직 개편안 자체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안이라고 본다"며 "투기 문제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기관을 벌주기 위한 것처럼 단순히 쪼개는 식으로 접근한 지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LH의 기능을 돌아보고 재조정하는 동시에 투기를 방지하는 섬세한 개편안을 구상하기엔 3개월여의 논의 기간 자체가 지나치게 촉박했다는 지적은 덤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명예교수는 "'주거복지 서비스 전문기관'이란 방향은 택지를 개발하고 주택을 짓던 그간 LH의 기본 방향과도 동떨어진 구상"이라며 "짧은 시간에 쫓겨 너무 성급하게 내놓은 안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정은 이처럼 여러 장단점을 품고 있는 개편안에 대해 공청회 등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가능하면 오는 8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