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의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2일 오후 진행된 화상 컨퍼런스에 참석해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가 자신들의 장기인 2D 애니메이션이 아닌 풀(Full) 3D CG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를 통해 영역 확장에 나섰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아야와 마녀'는 미스터리한 마법 저택에 발을 들인 10살 말괄량이 소녀의 판타지 어드벤처를 담은 작품이다.
소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다이애나 윈 존스의 '이어위그와 마녀'를 원작으로 하며, 지브리 최초 풀 3D CG로 제작됐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야는 그동안 보아온 착하고 다정한 지브리 주인공들과 달리 친구들 사이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아야는 어른들 앞에서도 절대 기죽는 법이 없는 캐릭터다.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뿐만 아니라, 그것을 얻어내는 데 있어 영리하고 주저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2일 오후 화상 컨퍼런스를 통해 만난 '아야와 마녀'의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이처럼 독특한 매력을 가진 아야라는 인물에 끌렸다.
미야자키 감독은 "원작을 읽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주인공 아야"라며 "아야는 스테레오 타입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사람을 조정해서 본인의 바람을 이루려는 굉장히 힘 있는 아이다.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는 노인층이 많아지고 아이들은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오게 됐을 때는 부양해야 하는 노인이 많아지며 젊은 층이 힘든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며 "아야 역시 어른 두 명을 상대해야 하는, 어찌 보면 지금의 어린이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린이들이 바라는 게 있다면 어른을 조정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뿐 아니라 많은 영화 팬과 스튜디오 지브리 팬이 '아야와 마녀'에 관심을 갖는 지점 중 하나는 바로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과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기존 작품에 담은 적 없는 당당한 매력이 돋보이는 신선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전하는 만큼 제작 역시 새로운 방식인 풀 3D CG로 결정했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역시 이를 지지했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산적의 딸 로냐'를 외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바 있는데, 그 이후 지브리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CG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3D가 큰 도전이었지만, 내게는 굉장히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의외일지 몰라도 지브리 안에는 보수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을 다 갖고 있다"며 "나는 앞으로도 아마 3D 기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지브리 역시 3D와 2D 두 가지 다 작업해가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이번 작품을 위해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과 함께해온 재능 있는 인재들은 물론, 미야자키 고로 감독과 3D 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통해 인연을 쌓은 애니메이션 디렉터 탄 세리를 중심으로 프랑스, 대만 등 국내외 CG 전문 스태프들과 함께 협업했다.
'아야와 마녀'가 완성된 후 지브리 내에서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아버지이자 세계적인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CG 기술이 멋지게 구현되어 만족스럽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이번 작업의 의의라고 한다면,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가장 크다"며 "숙제라고 말한다면 앞으로 가능성을 어떻게 넓혀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번에 하면서 충분하지 못했던 제작 시스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3D든 2D든 지브리 작품이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며 "어느 쪽이든 지브리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풀 3D CG '아야와 마녀'는 오는 10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