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부품을 수입해 모의 총기와 결합하는 수법으로 살상력 있는 총을 만들거나 이를 사고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제작한 총기는 총기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고스트건'으로 미국에서도 규제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총기 부품 수입해 완제품 제작하고 거래…현역 군인도 포함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총기 부품 불법 수입해 총기를 제작하고 격발 연습까지 한 인터넷 카페 동호회 회원들을 적발해 1명을 구속했다. 사진은 총기 제작 작업실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총포화약법위반(무허가제조 등)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해외에서 실제 총기 부품을 위장 수입해, 모의 총기 부품과 결합하는 수법으로 소총과 권총을 만들거나 이를 사고판 혐의를 받는다.
적발된 일당 가운데 한 명은 현역 군인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총기 제작과 거래가 이뤄진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군사경찰과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공조 끝에 이들을 붙잡았다.
특히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서 동시에 압수수색을 벌인 결과 글록 등 권총 5정과 카빈 소총 1정, 실탄 7발과 총기 부품 등 138점에 달하는 총기류를 압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총열까지 갖춘 완제품 상태였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총기 부품 불법 수입해 총기를 제작하고 격발 연습까지 한 인터넷 카페 동호회 회원들을 적발해 1명을 구속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국내에서 살상력이 있는 총기 완제품을 만들거나 거래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미국 총기 사이트에서 총기 부품을 위장 수입한 뒤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고 총기 부품을 조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군부대 인근에서 금속 탐지기로 유류 실탄을 7발을 수집하는가 하면, 화약과 모형탄을 이용해 공포탄을 만들어 사격 연습까지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완제품 3점은 온라인을 통해 한 점당 300만 원 선에 사고판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총기에 관심이 많아 호기심에 총기를 만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총기 구매자들은 "호신용으로 총기를 구매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7㎜ 합판 7개 쉽게 관통" 살상력 갖춘 '고스트건'…부품 통관 허점 노린 범행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총기 부품 불법 수입해 총기를 제작하고 격발 연습까지 한 인터넷 카페 동호회 회원들을 적발해 1명을 구속했다. 송호재 기자
경찰은 A씨 등이 만들거나 사고판 총기가 실제 총기와 동일한 성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이 압수한 권총으로 사격 실험을 한 결과 해당 총기는 15m 거리에서 맥주캔 5개를 관통해 종잇장처럼 만들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심지어 두께 7mm짜리 합판 7개를 겹친 뭉치까지 가볍게 관통했다.
경찰은 이 총기가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총기 난사 범행에 사용된 일명 '고스트건'과 같은 형태라고 전했다.
고스트건은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에 사용된 총기로, 총기 번호가 없어 추적이 어렵고 금속 탐지도 되지 않아 미 행정부의 총기 규제 대상에도 포함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실제 총기 부품을 자동차 부품 등으로 위장해 국내에 반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모의 총기 부품을 결합해 실제 총기와 동일한 형태와 성능을 가진 총기를 만들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이처럼 총기 부품 반입 절차에 허점이 있다고 판단해 관세청에 범행 수법 등 정보를 제공하고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최해영 수사2계장은 "총기 제작, 유통 범죄는 언제든 대형 인명 피해나 테러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라며 "호기심을 이유로 총기류 부품을 수입하거나 제작, 유통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므로, 발견 즉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