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 없다고 권고한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뉴욕시 유니언스퀘어의 벤치에 마스크를 쓰고 책을 읽는 여성과 '노마스크' 남성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은 미국 코로나19 사태에서 또 다른 변곡점이었다.
1개월 가까이 백신 접종숫자가 감소추세를 이어오다 이날 증가세로 돌아섰다.
백신 접종소를 안내하는 사이트(vaccines.gov)에도 방문자도 급증했다. 침체기를 보였던 미국의 백신 접종 실적에 갑자기 파란불이 켜진 셈이다.
이날은 무슨 날이었을까?
이 날은 바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새로운 마스크 지침을 낸 날이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대부분의 실내외 환경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CDC 지침에 대해 이런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지침은 간단합니다. 백신을 맞든지 아니면 마스크를 쓰든지 양자택일을 하면 됩니다."결국 간단한 마스크 지침이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을 일거에 뒤바꿔 놓은 것이다. 물론 새 지침 발표 이전에 백신 접종 대상자를 청소년까지로 확대하기로 한 것 역시 접종자 증가세에 힘을 보탰을 수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 없다고 권고한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뉴욕 지하철 6호선 승객들이 마스크와 최소한 얼굴 가리개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마스크 지침 개정의 힘 덕분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 안내사이트 설립자 존 브라운스틴은 CNN에 "이건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며 "규제 완화가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들의 결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사태에서 '채찍' 보다는 '당근'이 더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복권이나 다른 인센티브가 백신 접종자를 늘리는데 효과가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마스크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마스크 지침 개정이 특히 젊은이들에게 '당근'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지워싱턴대 의학대학원의 의학 교수 조너선 라이너 박사는 "18살 청년들은 자신이 죽게 될 거라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은 지나쳐도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말에는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DC의 메시지는 과거엔 그저 파멸과 암울함뿐이었다. 하지만 이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격려를 해주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