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박근혜 '자화자찬' 비판하던 문대통령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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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우리의 성장전략이 최고로 평가받았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사상 최악의 가계부채,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사상 최악의 전월세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알고도 대통령이 생방송에서 자화자찬하며 웃을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4주년 특별연설에 대한 국민의힘 논평일까? 아니다. 2016년 1월 14일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직후 내놓은 입장문이다.

야당 대표 시절 정권의 자화자찬을 경계하며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민생의 고통을 깨우치라고 일침을 가하던 문 대통령이 어느 순간부터 지난 정부와 같은 '자화자찬의 늪'에 빠져있다.

4·7 재보궐 선거의 참패 이후에 여권에서 자성의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취임4주년 연설에 눈과 귀가 쏠렸건만, 셀프 칭찬으로 점철된 연설에 국민은 어리둥절했다. 좌절했다.

정작 기자회견 때는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자세를 낮추기도 한 문 대통령이 왜 미리 준비한 연설에선 자화자찬만 늘어놓았을까.

최근 몇달새 문 대통령과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경제 선방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경제성장률과, 수출실적이 속속 발표되면서 이를 적극 알리고 홍보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청와대 내부에 만연하다.

이호승 정책실장 체제가 들어선 직후로 이런 기조가 대세로 굳어졌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전세값 인상 논란으로 갑작스레 사퇴하고 이호승 실장이 승진하면서 문 대통령이 경제 수치 회복을 언급하는 빈도가 더욱 잦아졌다. 이 실장은 첫 행보로 출입기자들에게 직접 경제 회복 전망에 대해 브리핑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잘 모르니 알려야 한다', '기록 차원에서라도 남겨야 한다'는 강박은 대통령의 자화자찬 메시지로 이어지고 있다.

거시 경제 수치가 빠르게 호전되고, 우리 나라가 촘촘한 방역을 기반으로 경제에도 선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출 실적도 눈부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5년 전 박근혜 정부의 뼈를 때렸던 것처럼 청와대는 거시 경제 수치에 취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는지에 무게를 둬야한다. 렌즈를 당겨 민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청년 실업은 최악이다. 끝모를 코로나19와의 싸움으로 영세상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부동산 문제는 문 대통령도 "할 말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실패를 자인하지 않았나.

문 대통령의 여러 연설은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퇴근길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는 취임사에서 국민들은 소통하는 대통령을 꿈꿨고, 4년 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도록 성숙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내겠다"고 다짐하며 희생 가족을 안아줄 때 많은 국민이 눈물 지었다. 연설에 감동이 있었던 건 국민과의 공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 연설에서는 국민의 아픈 곳을 직시하고 공감하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정권이 자화자찬에 빠질 수록, 일반 국민과 현실인식의 괴리가 커질 수록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가장 잘 아는 것도 문 대통령이다. 2016년 1월 14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입장문을 이제라도 일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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