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못하는 사건 '1호 사건' 삼은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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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조희연 교육감 특별채용 의혹에 '2021년 공제 1호' 부여
김성문 부장검사 수사팀 꾸려 경찰에 이첩 요청
교육감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지만 기소 대상은 아냐…수사 후 검찰에 보내야
공수처 1호 사건으로서 적절성 물음표…수사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김진욱 공수처장. 이한형 기자

 

검사도 판사도 아닌 교육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사건이었다. 공수처 설립의 취지를 살려 검사 사건을 1호 사건으로 할 경우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안전한 선택을 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공정성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이 과연 1호 사건으로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시각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공수처 1호 수사 대상,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공수처는 조희연 교육감 특별채용 의혹 사건을 사건번호 '2021년 공제 1호'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출범 110일만에 세상에 드러난 셈이다. 조 교육감의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앞서 감사원은 조 교육감의 특별 채용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도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조 교육감이 2018년 7~8월 해직교사 5명을 관련 부서에 특별채용 검토·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경찰에 고발한 건이다.

공수처는 이미 지난달 28일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했고 사건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다른 수사 기관이 공수처 수사 범위에 포함되는 사건을 수사 중일 때,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공수처는 검찰 출신인 김성문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수사팀을 꾸리고 지난 4일 경찰에 관련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공수처의 요청으로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을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 측은 "공수처가 균형 있는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과 혐의없음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짧은 반응을 내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황진환 기자

 

◇공수처장, 떠넘겨 받은 사건 1호 아니라고 했지만…

당초 1호 사건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사건들은 대부분 검사 관련 사건들이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사건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참여했던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출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공수처 안팎의 전망에 대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다른 기관으로부터 넘겨 받은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처장은 지난달 19일 "공수처가 1호로 규정하는 사건이 1호 사건"이라면서 "떠넘겨 받은 사건은 1호 사건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떠넘겨 받은 사건'이 1호 사건이 됐다는 점에서 김 처장의 발언은 지켜지지 못했다.

공수처가 기소권 등을 놓고 검찰과 계속해서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검사 사건까지 1호로 정할 경우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한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호 수사가 중요하지만 그와 별개로 언론과 처장이 1호 사건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1호 사건으로서 적절성 물음표…수사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다만 조 교육감 사건이 공수처가 해야하는 사건인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교육감의 경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맞지만 기소권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은 일치하지 않는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검찰총장, 시장 및 교육감, 판사 및 검사 등으로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를 포함하지만, 기소 대상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으로 한정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는 교육감에 대해 기소를 하지 못하고 검찰에 넘겨야 한다"면서 "현재 공수처와 검찰은 '불기소권'을 가지고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 사건을 하면서 이에 대한 다툼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최근 사건사무규칙을 만들어 기소권이 없어도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고 그럴 경우 해당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만이 할 수 있는 사건이 많은데 그 중에서 왜 이 사건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이성윤 지검장 사건은 검찰에 보내고 이규원 사건은 결론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건들을 다 뒤로 하고 선택한 건이 조 교육감 사건이라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 논란이 될 만한 사건을 피하면서도 상징성이 있는 사건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수처의 취지가 검찰을 견제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앞으로 수사를 어떻게 해나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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