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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모두에 경고장 날린 北…'관망 기조' 끝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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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여정-권정근-외무성 대변인 3연속 담화 대남-대미 비난
21일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한미 동시 겨냥
대북전단-적대시정책-인권 고리로 "최고존엄 모독" 경고장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외교적-단계적' 해결 기조에 반발한 듯
대북전단 살포 반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 우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북한은 2일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과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 하나씩을 각각 연달아 발표하며 한국과 미국을 향해 동시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는 미국이 30일(현지시간) 대북정책 검토를 마쳤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나온 공식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관망' 기조를 보였던 북한이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 접근'이라는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를 확인하자 세 건의 연속 담화로 포문을 열었다.

◇ 북, '시정연설' 걸고 넘어졌지만 실제론 '대북정책 기조' 문제삼은 듯

표면적으로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이 걸고넘어진 것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 안보 뿐 아니라 세계 안보에 현존의 위협이다.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외교와 강력한 억제를 통해 두 나라의 위협에 맞설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만을 콕 집어 말한 것은 아닌 것.

그러나 권 국장의 담화 발표 시점을 감안해볼 때 단순히 이것만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됐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유지된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를 찾아 나서는 것에 열려있는 실용적인 접근을 함으로써 미국 안보에 도움되는(increase) 실질적인 진전을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상 외교를 통한 '톱다운' 방식과도 다르며 부시 행정부의 '은근한 무시'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전략적 인내'와도 다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단계적 접근법에 따른 군비통제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일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이 과정에서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며 해당 조치가 취해질 때마다 반대급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비핵화다.

시점을 감안해 볼 때 권 국장의 담화는 사실상 이 내용에 대한 비난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주장하는 '외교'란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하며 '억제'는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다"고 강조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하면서 외교를 늘 언급했지만, 북한이 보기에 미국의 대북정책은 인권 비난과 같은 대북 적대시 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내재적 시각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시작부터 북한과의 갈등과 대립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탈북단체가 북한으로 날려보내려 한 대북전단. 자료사진

 

◇ '대북전단'-'인권'-'적대시 정책' 각각 고리로 "최고존엄 모독" 프레임

북한이 문제삼은 또 다른 고리는 '인권'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대북인권단체와 탈북자 단체 등이 주관한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낸 성명에 대한 대응 성격이다.

당시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북중 국경을 무단 침입하는 이들을 사살하라고 명령한 것을 두고 "점점 더 가혹한 조치들에 경악하고 있다"고 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 국가의 영상(이미지)에 먹칠을 하려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으로, 우리의 국가주권에 대한 공공연한 침해"라며 "대유행전염병으로부터 인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국가적인 방역조치를 '인권유린'으로 매도하다 못해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을 했다"고 비난했다.

방역과 의료체계가 매우 취약한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데 여기에 비난이 이어지자 '최고존엄 모독'이라는 프레임을 꺼내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이후 중국과 북한 등에 대한 인권 문제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기조로 볼 때 이는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전단 문제를 언급하며 대남 비난에 나선 것도 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단은 지난해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워싱턴의 조야에서 '인권' 문제와 결부되어 자주 거론되는 소재로, 북한은 인권 문제를 포괄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으로 보며 반발하는 형태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의 기본적인 원칙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함께 '강대강 선대선'이며, 쉽게 말해 미국이 대화할 만한 태도를 보여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의 '핵전쟁' 위협과 함께 '인권' 문제를 대북전단과 함께 '최고존엄 모독'으로 결부, '선대선'이 될 수 없다며 퇴짜를 놓은 셈이다.

이렇게 보면 3개의 담화는 각각 대상을 다르게 하고 문제삼은 내용도 다르지만 논리적으로는 이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3개 담화의 공통점은 체제 훼손과 존엄 모독을 결코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발표와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기싸움의 성격도 있으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한미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현명한 대응 요구되지만 뾰족한 해법없어 난감

우리 측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일단 지난해 5월 3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가 결과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이어졌던 전례가 있다.

당시 제1부부장이었던 김여정은 6월 4일 담화를 내 "남조선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경고는 결국 열흘쯤 뒤 현실이 됐다. 이번에도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해 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며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다만 '행동'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변수는 오는 2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다. 권정근 국장은 담화에서 "미국이 아직도 냉전 시대의 시각과 관점에서 시대적으로 낡고 뒤떨어진 정책을 만지작거리며 조미(북미)관계를 다루려 한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했다.

이는 여지를 남겼다고도 해석할 수 있으며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브리핑에서의 짧은 언급 외에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차후 미국의 대응을 보아 가며 단계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여시재 왕선택 정책위원은 "권 국장의 발언 수위가 거칠기는 했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며 "협상 초기부터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경우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어 요구 사항을 최대로 제시하며 기싸움을 하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 문제 등을 강조하는 워싱턴 조야의 움직임이 변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내부 문제 해결에 총력을 쏟고 있어 가능하면 긴장 국면을 조절해야 하지만 미국이 최고존엄을 훼손한다면 상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며 "북한이 원해서가 아니라 체제의 작동원리상 강경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분위기가 외부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신중하고도 현명한 위기관리 능력이 더욱 필요해지게 된 셈이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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