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오는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를 앞두고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오히려 사업 추진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에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4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한 지난 21일 이후부터 해당 지역의 재건축 단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규제 발표 당일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는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18.12㎡가 26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평형은 작년 7월 20억원(8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이후 올해 1월 21억3000만원(7층), 2월 22억원(5층), 이달 3일 24억원(3층) 등 신고가 경신을 이어왔는데, 직전 거래 이후 2주 만에 2억원이 오른 것이다. 이번에 규제 지역으로 함께 묶인 여의도 수정아파트에서도 주말 사이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휴일인 25일에도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매수를 타진하는 문의는 이어졌지만 매물은 찾아 보기가 힘들 정도로 자취를 감췄다.
여의도 아파트. 박종민 기자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데다 매수세가 유입이 되면서 여의도에 아파트 매물들이 거의 다 팔려 중개할 매물이 없다"며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서도 이번 주말 사이 이뤄진 10여건의 거래가 모두 1억원 가량이 오른 신고가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성수전략지구 또한 매수 문의가 뜨거운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이들 지역은 물론 규제 지역 외 재건축 단지들도 덩달아 매도 호가가 오르는 형국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대지 지분 주거용 18㎡, 상업용 20㎡ 초과 부동산을 매입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구매 후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토지거래허가제가 27일부터 발효되기 전에 서둘러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지만 초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압구정동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은 올해 들어 6개 구역 중 4개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는데, 이후 거래가 거의 끊긴 상황이다. 작년 6·17 대책에서 조합설립 후 아파트를 매수하면 2년간 직접 거주해야 입주권을 주기로 해 조합설립 전까지 매수세가 몰렸고, 조합설립 후에는 거래가 끊겼다는 게 중개업소들 얘기다. 하지만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더라도 매도 호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합이 설립된 압구정 3구역 구현대 전용 84㎡ 매물은 36억원까지 호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달 말 같은 평형의 4층 물건이 30억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6억원이 오른 가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종민 기자
한국 부동산원에 따르면 한 때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2주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강남·서초·송파구 등의 재건축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증가하며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부동산원은 분석했다.
규제를 완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물론 부동산 시장도 안정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주춤하던 집값을 자극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시가 규제를 풀어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확대를 통한 시장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재건축 추진에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 되면서 규제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오르고 있어 머지 않아 인근 지역 아파트까지 덩달아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 묶인 지역 주민들은 재건축 활성화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려면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해 시장 한 사람의 의지로 쉽게 풀릴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오세훈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중앙정부·서울시의회에 막혀 사업에 지지부진해 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