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억측과 추측?' 숙명여고 쌍둥이가 뒤집어야 할 4번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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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고 쌍둥이까지 4번 판결서 인정된 간접 사실
2심서 꺼내든 '입증 부족' 그리고 '위수증' 카드 변수되나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연합뉴스

2021.4.14 '답안 유출 의혹'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심 첫 공판
양홍석 변호사 "법령위반의 점부터 말씀드립니다. 먼저 국민참여재판 불회부 결정이 있었는데 결정 이유를 고지하지 않아 명시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피고인들의 소지물품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이 부적법했다는 것으로 휴대폰 포렌식 참여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위법이 있고 전문 심리위원의 의견서 및 법정진술 등이 증거로 채택됐는데 이 부분에 대한 탐지 절차와 방법이 부적정했습니다. 공소사실 중 일부는 답안 유출의 증거나 흔적도 없는 채로 유죄가 인정됐고 업무방해와 관련해서 개별 고사 과목 별로 증거가 확보됐어야 하는데 흔적 없이 인정돼 증거재판주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아버지 현씨의 답안 입수 및 유출 관련해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답안을 입수해 유출했는지 특정도 안 된 채로 재판이 진행돼 공소사실 불특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4일 오후 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답안 유출 사건 항소심 첫 재판. 청사에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린 쌍둥이 동생의 '욕'에 온 관심이 쏠려 다소 묻히긴 했지만 이날 첫 공판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는 없는 중요한 주장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변호인이 밝힌 항소 이유를 요약하면 1심 재판 절차 그리고 그 이전의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한 면이 있고 무엇보다 이 사건의 본질인 답안의 실체 그리고 유출 방법 및 시점에 대해 검찰이 정확히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유죄가 선고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2심부터 이 사건 변호를 맡은 양홍석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 검찰-1심-2심-3심, 또다시 1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억측과 추정이 사법적 사실로 굳어졌다"며 무죄를 단언했습니다.

이 주장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양 변호사의 말대로 '숙명여고 답안유출' 사건은 교무부장인 아버지의 1,2,3심 그리고 쌍둥이의 1심까지 모두 4번의 재판부를 거쳐 법적으로 유죄 판단을 받은 사건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 여전히 유죄를 선고해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는 일각의 시각이 존재하고 그 기저에는 '유출'의 명확한 증거 없이 간접 정황으로만 유죄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법적 사실'이라는 것은 사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꼭 직접 증거에 의해서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간접 증거가 유죄의 심증을 형성할만한 것인지, 이 간접 증거들이 직접 증거 수준에 이르는 증명력을 갖췄는지가 관건인데요. 오늘 법정B컷에서는 이 숙명여고 사건과 관련된 4번의 재판에서 인정된 유죄의 간접사실이 어떤 것들인지 자매의 1심 판결을 중심으로 자세히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관련 압수물에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에 해당 시험 문제의 정답이 순서대로 적혀있다. 이한형 기자
◇이례적인 내신 성적 상승 그리고 내신·모의고사 간 성적 간극

1학년 성적이 1등과 거리가 멀었던 쌍둥이 자매가 1년 만에 그것도 동시에 숙명여고 문·이과 1등으로 각각 올라서는 일이 가능하냐. 이 사건의 출발점이자 경찰·검찰의 수사 이후 재판 과정에서 줄곧 쟁점이 된 의문입니다.

순서대로 보면 언니 현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459명 중 121등(평균 87.90점), 동생 현씨는 같은 시기 59등(90.70점)이었다가 다음 학기에 각각 전체석차 5등(94.90점), 2등(96.90점)을 했고 2018년 2학년 1학기 언니와 동생은 각각 인문·자연계열 1등(언니 97.90 동생 97.70점)을 기록합니다. 단기간 성적 상승이 어렵다는 수학 과목만 보면 언니는 265등→ 4등 →1등을 동생은 77→ 4등 →1등으로 올랐습니다.

이러한 성적 상승 그 자체가 부정행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아주 드문 경우라는 데에는 큰 반론은 없을 듯합니다. 실제로 법원에서 숙명여고 근처 10여개 여고의 3년간 재학생(2015~2017학년도 입학생)의 성적 상승에 대해 사실조회를 한 결과, 1년 안에 중상위권에서 전체 1등까지 성적이 오른 예는 없었습니다. 수학 과목에서도 259등에서 19등까지 240등을 점프한 정도의 사례가 더러 있을 뿐 쌍둥이 수준에 이른 성적 향상은 없었습니다.

2020.8.12 숙명여고 쌍둥이 '답안 유출 의혹' 1심 판결 中

통상적으로 중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의 성적 상승보다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의 성적 상승이 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2017학년도 1학년 1학기의 중상위권에서 2학기를 거쳐 2학년 1학기의 각 계열 전체 1등까지 1년 동안 이룬 성적향상은 앞서 본 사실조회 결과들의 '이례적인 사례'들에 비해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중략) '피고인들의 전국 단위 모의고사 성적 및 학원 레벨테스트의 결과가 정기고사 성적에 크게 미치지 못하여 각 계열의 1등 실력을 실제로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1년 만에 1등까지 올라선 내신과 달리 정작 모의고사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적 상승을 보이지 못한 점도 재판부의 의구심을 키운 대목입니다. 가령 2018년 1학기 내신에서 주요 과목인 국어·영어·수학을 언니는 1등·8등·1등, 동생은 전부 1등을 차지했지만 같은 해 3월 치러진 모의고사의 같은 과목에서 언니는 301등·2등급·96등, 동생은 459등·2등급·121등을 기록했습니다.

이례적인 성적 상승과 내신-모의고사 간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게 100%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야 없겠습니다. 다만 최소 숙명여고를 포함한 근처 비슷한 조건의 학교의 예들을 살펴볼 때 한 차례도 없었던 경우인 것으로 보이며 쌍둥이의 1심 재판부는 이를 "이례적인 사례들에 비해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말합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깨알정답' 정확한 구문 암기 그리고 정정 전 정답

지금까지 성적 향상에 관한 의심들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답안 유출 관련 증거들에 대한 판단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잘 알려진 '깨알 정답'이 있습니다. 희미하게 시험지 위에 숫자를 적어둔 것을 의미하는 이 깨알정답은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기간까지 일부 과목의 시험지에 적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쌍둥이 측은 반장이 불러 준 답을 옮겨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반장이 불러준 답과 이 '깨알 정답'은 일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반장은 답을 불러준 뒤 곧바로 교실에 게시했고 반 단체 카카오톡 방에도 답안이 공유돼 동생은 정답을 다운로드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시험 전에 알게 된 정답들을 외웠다가 잊지 않기 위해 시험지에 기재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영어 과목 서술형 문제 정답 구문 유출 정황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언니 현씨는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2과목 서술형 3번 문제의 정답인 aimed at global markets is likely to take a new turn in the near future를 시험지 첫 페이지에 기재했고, 동생 현씨는 같은 과목 서술형 9번 문제의 정답인 are given over to parking lots rather than to trees and birds를 휴대폰 메모장 앱에 미리 적어뒀습니다.

2020.8.12 숙명여고 쌍둥이 '답안 유출 의혹' 1심 판결 中
위 시험 문제의 출제 교사는 해당 구문은 수업교재가 아니고 출제범위로 주어진 교재 중 하나에서 출제범위가 된 500여개 이상의 문장 중 하나의 문장이고 따라서 학생들에게 위 문장을 중요 문장으로 가르 친 적도 없는데 500개가 넘는 문장 가운데에서 특정한 한 문장을 꼽고, 문제 유형까지 정확하게 알고 저장했다는 점은 출제자로서 매우 충격적이다'고 진술했다. 이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위 답을 시험 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를 암기하기 위해 휴대전화 메모장에 저장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대해 쌍둥이 측은 출제 가능성이 높은 답을 미리 기재하거나 메모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수백 개의 문장 중 정확히 시험에 나올 문장을, 그것도 문장 전체가 아닌 서술형 답으로 출제될 부분만 기재한 것을 볼 때 "유출로 보이는 행동"이라는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쌍둥이가 '정정 전 정답'을 선택한 경우가 유독 잦았던 점도 의심을 키웠습니다. 2018년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그리고 기말고사에서 교사의 실수 및 복수 정답으로 정정된 문제가 각각 5개인데 쌍둥이는 이 중 한 번씩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정 전 정답을 적었습니다. 특히 2017년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수학 2과목 선택형 문제 8번에서 쌍둥이는 동일하게 보기 3번을 선택해 해당 과목에서 유일하게 틀렸는데 이 문제는 시험 직전 3번에서 2번으로 정답이 정정된 것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동생 현씨의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거의 전 과목 정답이 기재된 수기 메모장 △풀이 과정 대부분을 생략하고도 수학 및 과학 과목 정답을 맞춘 점 등도 유죄를 뒷받침할 간접사실들로 그대로 인정됐고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아버지 현씨에 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인정하는 사실판단 중 유죄로 인정한 사실판단 부분을 이 사건에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쌍둥이에게도 마찬가지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연합뉴스
◇존재하지 않는 유출의 직접증거…'위수증' 새 주장 변수될까

여기까지가 대략 4번의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채택된 유출 간접사실들입니다. 읽고 나면 아마 '딸들이 부정행위를 한 것이 이렇게 명확한데도 뻔뻔하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또 일부는 '그래서 직접 유출했다는 증거는 대체 어디 있는 건데?'라는 반문이 들기도 할 겁니다.

2020.10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이유 中

원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쌍둥이 자매라는 이유로 피고인 한 명의 특정 과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경우 쌍둥이 자매끼리 유출된 답안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고 다른 피고인에 대한 해당 과목에 대한 유출 의혹 자체가 없음에도 피고인별 검토가 아닌 피고인들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유죄판단을 했다. (일부 과목의 경우) 유출 관련 의혹도 없고 관련 증거도 없는 부분에 대한 입증의 간극을 종합적 판단으로 극복한 것으로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한 것이다.


쌍둥이 측이 지적하는 점도 후자의 의심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재판부도 인정하듯 답안 유출에 대한 직접 증거, 그러니까 예를 들어 휴대전화로 찍어 유출했다거나 몰래 답안을 보고 손으로 옮겼다거나 하는 '물증' 자체는 물론 그 방식과 시기도 특정되지 않은 다소 특이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이 재판은 검사가 경찰 수사를 거쳐 확보한 위의 간접증거들을 제시해 혐의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죠.

아울러 답안 유출의 직접증거에 관한 다툼을 제외하고서라도 유출의 간접증거조차 제시되지 않은 과목도 2017년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2018년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쌍둥이 자매를 따로따로 나눠 보면 40여개에 달한다는 것도 변호인이 새로 꺼내 든 반론입니다.

일부 과목은 아예 유출 정황이 제시되지 않았고 또 어떤 과목은 쌍둥이 중 한 명에게만 유출 정황이 있고 다른 이에게는 없는 경우도 존재함에도 이를 법적인 입증 없이 쌍둥이를 하나로 묶어 유죄를 선고한 건 '증거재판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거죠.


다만 우선 이러한 혐의 자체에 대해 다투는 주장은 위에서 말한 4번의 재판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다뤄졌지만 기각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쌍둥이 측이 꺼내든 또 하나의 카드인 절차적 '위법', 그중에서도 위법 수집 증거 주장이 어떤 면에서는 더욱 주목할 만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이번 항소심 재판 들어 아예 처음 꺼낸 주장이기도 합니다.

2020.10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이유 中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피압수자 압수범위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어 피고인들이 소유 소지하는 물품을 피고인들의 아버지로부터 압수하는 과정이 적법했는지가 입증된 바 없다. 피고인들의 휴대전화들이 압수됐는데 그 포렌식과정에 참여할지 여부를 숙명여고 교장실에서 아버지에게만 확인했을 뿐 피고인들에게는 그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2018년 9월 경찰은 수사 단계에서 쌍둥이가 사용한 휴대전화 혹은 주거지의 시험지 등을 압수했는데 이 영장은 당시 피의자로 적시된 아버지 현씨에게만 제시됐고 정작 소유자인 딸들은 제시받지도, 압수수색 현장에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정확한 압수범위 등도 확인 못 해 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지 확인이 안 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갈수록 수사 자체의 결과를 넘어 과정에서의 적법 절차 준수 원칙을 꼼꼼하게 따지는 최근 재판 흐름을 볼 때 더욱 의미 있는 주장입니다.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된 딸들이 자신의 물품을 강제 수사하는 과정에 배제돼 적법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에 항소심 재판부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이는 오히려 아버지의 확정 판결을 통해 사실상의 법적 판단이 끝난 범죄 사실 그 자체를 다투는 것보다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례 상 법원은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과정 중 위법 행위를 판단할 때 단순 적법절차가 침해됐는지 여부만이 아닌 그 위법함의 정도, 그리고 증거능력을 배제할 시 실체적인 진실 규명을 막게 되는 지 여부 등도 종합해 살피게 되는 만큼 이 주장이 4번의 재판을 뒤집을 '변수'가 될 수 있을지는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는 6월 9일 진행되는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4시간에 걸친 PPT 변론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종합해 설명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최소한 법적으로는 99% '뻔뻔함'으로 결론 난 숙명여고 쌍둥이의 주장이 과연 억울함으로 뒤바뀔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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