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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틀어쥔 '이규원 사건'에…檢 '이광철 수사'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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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보고서 왜곡 작성·유출 의혹'
'이규원 사건' 넘겨 받은 공수처
한 달 넘게 직접수사 여부 '물음표'
靑 기획사정 의혹 등 관련 檢 수사도 차질 기류
'신뢰성 도마' 공수처, "의도적 뭉개기?" 비판도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이규원 검사 사건'을 놓고 1달 이상 직접 수사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이 검사의 배후로 의심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도 뒤로 미뤄지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이 사건에 대한 결정을 미룰수록 관련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황제조사 의혹 등 공수처를 중심으로 불거진 신뢰성 논란과 맞물려 '결정 유보'의 배경에 여권을 배려한 정무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의 시각도 일각에 존재한다.

'이규원 검사 사건'은 대검 진상조사단(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 실무기구)에 파견된 이 검사가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김학의 사건'을 조사하며 작성한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의 내용이 상당부분 허위이거나 왜곡‧과장됐으며 일부는 그대로 언론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골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조사단 활동과 해당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윤갑근 전 고검장‧곽상도 의원의 고소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검사 관련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범죄 혐의(허위공문서 작성‧공무상 비밀누설 등)를 인지해 지난달 17일 관련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그러나 공수처는 22일 현재 한 달이 넘도록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또는 검찰에 다시 넘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8일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제 의견대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공수처 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만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실의 모습. 이한형 기자

 

이처럼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규원 검사 사건과 관련된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등 중앙지검의 수사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기류다. 검찰 수사팀은 논란의 면담 보고서가 작성‧유출되는 과정에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서 이 사안을 긴밀하게 챙겼던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비서관이 의도적으로 개입한 것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또 윤갑근 전 고검장, 곽상도 의원 등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도 여전히 수사 중인 사안이다.

이규원 검사 사건 내용은 이 같은 사건들의 '과정'에 해당해 별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검찰로선 신문 일정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수사 전략 전반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특히 이 검사 본인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기 때문에 배후로 지목된 이 비서관을 곧바로 조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공수처 이첩 사건을 제외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편 최근 검찰 내 친(親) 정부 인사로 평가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조사' 논란과 맞물려 공수처가 "정권 방탄처"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규원 검사 사건에 대한 결정이 미뤄지는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 상황까지도 공수처가 두루 고려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이규원 검사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 방침을 정할 경우, 이 비서관 관여 의혹 등까지 포괄적으로 공수처법상 '관련범죄'로 묶어 검찰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실화 될 경우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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