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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일타강사 설교수와 짜증만 내다 끝난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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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제러드 설린저와 부산 KT 김현민. KBL 제공

 


안양 KGC인삼공사 제러드 설린저와 부산 KT 브랜든 브라운. KBL 제공

 


2쿼터 중반,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선수 제러드 설린저의 몸을 스친 공은 그대로 코트 밖으로 나갔다. 상대팀 부산 KT의 공격권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제러드 설린저가 심판의 수신호와 동시에 한팔을 높이 들고 KT의 공격 방향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마치 "내 몸에 맞고 나간 게 맞다"고 쿨하게 인정한 것처럼 보였다.

농구를 워낙 잘해 '설교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제러드 설린저는 1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KT와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그야말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상대로부터 집중 수비를 당해도, KT 빅맨 김현민이 엉켜있는 팔을 강하게 뿌리쳤을 때도 제러드 설린저에게는 그 어떠한 감정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는 KT에게 가혹했다.

설린저는 38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83대77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야말로 코트의 '교수님' 같았다. 수비가 멀리 떨어지면 외곽슛을 던졌고 가까이 붙으면 골밑으로 파고들었다.

수비가 자신에게 집중되면 주저없이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동료와 연계 플레이도 깔끔했다. 특히 핸드오프로 전성현과 변준형 등 동료의 슛 기회를 만들어주는 능력이 탁월했다.

경기 내내 몸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졌지만 시종일관 여유있는 표정과 제스쳐를 잃지 않았다. 4쿼터 초반 문성곤과 핸드오프 2대2를 통해 호쾌한 덩크를 터뜨린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 중 하나였다.

반면, KT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브랜든 브라운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설린저와 180도 달랐다.

짜증 그리고 또 짜증이었다.

코트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심판 판정에 불만이 없는 이는 없다. 대부분 인내하고 경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브라운은 달랐다. 자신에게 반칙이 선언되면 어김없이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럴 때마다 KT 동료들은 브라운에게 다가가 그를 달래주기 바빴다. 막내급인 신인 박지원이 브라운을 진정시키고 노력하는 장면은 KT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브라운은 공격시 골밑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외곽에서 스크린을 걸다가 기회가 오면 3점슛을 던지는 것이 거의 유일한 공격 옵션이었다. 페인트존 득점은 아예 없었다. 10분 남짓 뛰어 총 12득점에 그쳤다.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양홍석과 김영환이 고군분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서동철 감독은 브라운이 흥분할 때마다 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클리프 알렉산더는 열심히 뛰었지만 그의 약점인 득점력 부재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외국인 에이스 맞대결의 희비는 시리즈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쳤다. KGC인삼공사는 홈 2연전을 독식하고 이제 4강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겼다.

설린저의 여유있는 표정처럼 KGC인삼공사 팀 전체도 여유가 넘친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전 "우리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시리즈가 길게 가느냐 짧게 가느냐의 문제"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KT는 고민이 깊다. 15일 부산 홈 3차전을 시작으로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브라운의 감정 기복이라는 풀기 힘든 과제마저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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