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동안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각종 재난·재해가 잇따랐다. 지난 2019년 4월 4일 대형산불에 이어 그해 10월 태풍 미탁까지 발생했다. 화마에 휩쓸리고 강한 비바람에 할퀸 마을 곳곳은 큰 상처가 남았다. 후유증은 여전하다. 강원영동CBS는 재난 이후 이재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여전히 재난이 발생했던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재민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온전한 일상복귀를 위해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인지 짚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 고성·속초 대형산불로 집이 완전히 불에 탄 현장을 찾은 한 주민이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유선희 기자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3년 강원 강릉에서는 태풍 매미로 막대한 피해를 본 한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그 전해 루사로 한 차례 피해를 떠안은 이후 또다시 재난이 발생하자 복구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잇따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0년이 훌쩍 흐른 현재, 이재민들은 여전히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경제적 피해는 물론, 신체·정신적 피해를 겪으며 후유증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이재민의 피해회복·복구과정을 추적 조사했다. 태풍 콩레이, 링링, 미탁 등 피해부터 포항 지진, 강원 동해안 산불까지 이재민 370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개별 재난마다 조사한 이재민 수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피해 주민 실태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이재민들은 재난 이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상태 조사에 따르면 재난 전에는 13명(0.4%)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는데, 재난 이후에는 81명(2.2%)이 진단을 받았다. 이는 재난 전·후로 6.2배나 증가한 수치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계획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1.8%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