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태풍이 휩쓸고 간 삼척 어촌마을…피해민들 고통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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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이후 이재민들은②]
재난 후 1년 6개월…복구 '계속'·지역 분위기는 '침체'
"물과 함께 떠내려가"…지울 수 없는 태풍 피해 '기억'
임시컨테이너 생활도 여전…건강 망가지고 빚은 늘고
※최근 2년 동안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각종 재난·재해가 잇따랐다. 지난 2019년 4월 4일 대형산불에 이어 그해 10월 태풍 미탁까지 발생했다. 화마에 휩쓸리고 강한 비바람에 할퀸 마을 곳곳은 큰 상처가 남았다. 후유증은 여전하다. 강원영동CBS는 재난 이후 이재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여전히 재난이 발생했던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재민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온전한 일상복귀를 위해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인지 짚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컨테이너에서 보낸 2년…"여기 아직 사람이 살고 있어요"
②태풍이 휩쓸고 간 삼척 어촌마을…피해민들 고통 '여전'
(계속)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지난 2019년 10월 2일에서 3일 사이 '500mm 물폭탄'이 쏟아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은 여전히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선희 기자
지난 2019년 4월 고성·속초 대형 산불이 발생한 그해 가을, 한반도에는 태풍 미탁이 강타했다. 태풍 미탁으로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삼척시, 강릉시 강동면·옥계면·사천면, 동해시 망상동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동해안 지역에서도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은 아직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취재진이 찾은 마을은 입구에서부터 '태풍 미탁으로 인한 수해복구공사로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그간의 지난한 복구 상황을 말해주는 듯했다. 마을은 도로 공사와 주택 신축건설 작업이 맞물려 부산스러운 느낌이었다.


무너진 채 아직 철거되지 않은 주택도 마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른 오전에도 바쁜 건설노동자들과 달리, 거리에서 지역민들을 만나보기 어려웠다. 바다를 마주하고 늘어선 임시컨테이너를 둘러싸고 고요한 적막감이 맴돌았다. 회센터 대부분도 운영을 하지 않으면서 마을 분위기는 황폐한 느낌마저 들었다.

재난 발생 1년 6개월. 어촌마을 분위기는 많이 변해있었다.

삼척 신남마을 곳곳에는 태풍 미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유선희 기자
여전히 임시컨테이너에서 사는 이재민 김진만(66)씨는 망가진 건강으로 일도 손을 놓게 됐다. 태풍 미탁 피해는 김씨에게 '선명한 자국'처럼 남은 기억이다.

"(2019년 10월 2일) 밤 11시 30분쯤 됐을까.. 마루에서 보니까 물이 차오르는 거예요. 그러면서 벽이 넘어가고 텔레비전도 넘어가고요.. 어어어~ 하다 보니 거실에서 내가 물하고 나뭇가지하고 떠내려갔어요.. 정말 죽다 살아났지.."

구급대원에 의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김씨는 최근 들어 파킨슨 증후군이 나타나는 등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김씨는 "원래부터 당뇨가 있었는데 미탁이 지나고 몸이 많이 안 좋아져 최근 파킨슨이 오기 시작했다"며 "새집을 짓는데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자꾸 손이 떨려 약을 먹어야 하나 싶다"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태풍 미탁 피해가 발생하기 3일 전쯤 연탄보일러에서 기름보일러로 바꾸고, 나름 거금을 들여 화장실도 보수했거든요. 그런데 태풍이 지나고 다 밀어갔어.. 새로 집을 짓는 곳에 중간중간 가보는데.. 가면 자꾸 그때 생각이 나..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데도 자꾸 생각이 나서 힘들어요."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 이재민 김진만(66)씨 옆으로 약봉지와 함께 먹다 남은 라면 용기가 쌓여 있다. 유선희 기자
임시컨테이너에서의 생활은 고령자에게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신경을 많이 썼다고는 해도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까닭이다.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공간도 충분치 않은 탓에 가볍게 먹는 경우가 많다. 탁자 위에 쌓인 컵라면 용기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김씨는 "다른 것보다 전기세 감면이라도 끝까지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유일한 바람을 전했다.

3대가 신남마을에서 산다는 방금숙(70)씨는 "저희는 지난주에서야 임시컨테이너에서 나와 집에 들어오게 됐는데, 마을은 보다시피 아직도 복구가 안 돼 불편함이 크다"며 "재난 후 5~6개월 정도 지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1년 반 넘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늦어진 집 복귀 과정만큼이나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씨는 "저녁 9시 10분쯤 물이 갑자기 확 들어오니까 나가지도 못해서 문을 다 잠그고, 신발도 못 신은 채 맨발로 창문 밖으로 뛰어나갔다"며 "그때 손자를 급한 대로 비밀로 감싸 안아 창문 밖으로 넘기고 했다"고 다급했던 '그날'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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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50년 살고 있는데 이런 재난은 처음이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집은 떠내려가고, 식구는 많은데 갈 곳은 없지... 그때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어요.."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에 임시컨테이너들이 즐비해 있다. 유선희 기자
방씨 손자는 심리치료까지 받았는데, 아직도 후유증이 크다. 방씨는 "손자가 올해로 6살인데, 비만 오면 밖에 안 나가려고 하고 소방차 불빛도 못 본다"며 "아무래도 태풍 때 소방차는 물론 응급차가 워낙 많이 와서 아마 그 트라우마인 것 같다"고 걱정했다.

태풍 미탁 이후 방씨는 똑같은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층으로 층고를 높여 집을 지었다. 지원금을 받았어도 개별 부담이 있는 데다 가구들도 장만해야 하는 탓에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문제다. 재난 이후 방씨 가정에 남은 건 '빚'이라는 혹독한 현실이다.

피해주민들은 저마다 아픔을 지닌 채 재난 이후의 삶을 버텨내고 있었다. 삼척지역에서는 태풍 미탁 피해로 이재민 637세대 1152명이 발생했다. 이 중 10세대 13명이 아직 복귀하지 못한 채 임시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다. 삼척시는 올해 안으로는 모두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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