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끝에 존폐 갈림길에 선 LG 모바일. 연합뉴스
5일 예정된 LG전자 이사회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이냐 철수냐를 놓고 말이 무성했던 LG전자 스마트폰(MC사업본부)의 진로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매각 보다는 철수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변화 움직임은 올 초부터 가시화됐다.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였고, 내부에서도 MC본부 재편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에 지난 1월 20일 LG전자 권봉석 사장은 MC사업본부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모바일은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전제한 뒤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동요는 막으면서 매각·철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변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앞서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들을 해왔다. 그러나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졌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도 5조 원 규모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권 사장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MC사업본부의 변화에는 탄력이 붙는 듯 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일단 스마트폰 사업의 해외 매각을 적극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매각을 위해 베트남 빈그룹과 미국 구글, 독일 폭스바겐 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매각 조건을 두고 각자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물망에 올랐던 구매자들이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을 요구했지만, LG전자로서는 그간 쌓아온 모바일 관련 기술들을 타 사업에 접목할 수도 있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특허는 향후 자동차 전장·스마트 가전에 활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매각 협상이 물거품이 되면서 LG전자가 MC사업에서 아예 철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 사이 LG전자는 차기작 '레인보우' 프로젝트와 새로운 폼팩터 '롤러블폰' 개발도 사실상 중단했다. 사업부 자체가 정리되는 마당에 "올해안에 상용화가 목표"라던 '롤러블'에 LG전자가 인력을 계속 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5일 이사회에서는 모바일 사업 철수와 함께 3700 명 가량의 대규모 인력 재배치 계획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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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인력은 △LG전자 내 전장(VS) 사업본부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LG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유력하다.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합작사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에도 개발 인력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프트웨어(SW) 전문 인력 중 일부는 LG전자 스마트폰의 유지·보수 및 SW 업그레이드 등을 위해 남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모델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AS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신뢰' 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LG전자가 사업구조를 전환하면 우선 경영 실적은 한층 개선되는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모바일 철수는 갑작스런 결정이라기보다는 예전부터 꾸준히 거론됐던 사안이라 시장에 충격보다는 기업가치 제고에 호재가 될 수 있어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며 "향후 모바일 사업부의 기술력을 자동차 전장, 스마트 가전에 활용하면 제품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가 펼쳐질 수밖에 없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중소 부품산업의 생태계에도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