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인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코로나19 백신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정부가 1차 접종 대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보건의료인과 유치원 교사 등의 백신 접종 날짜를 앞당기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능 등 전국 이동에 따른 전국 감염 확산 위험 등을 줄이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교사도 2분기에 백신을 맞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추진단)은 백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코로나19 예방접종 2분기 시행계획을 일부 보완했다고 2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부족하고 최근 유럽연합(EU), 인도 등이 백신 수출 제한을 강화해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져 국내 도입물량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에 확보한 백신을 최대한 효율적·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최근 확진자가 500명대로 나오고 있고 봄철 지역 간 이동 증가로 감염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어 신속한 접종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설명했다.
◇돌봄 서비스 종사자 6월→4월…유치원·어린이집 교사 6월→5월우선 추진단은 적정한 재고관리와 접종간격의 탄력적 운영으로 1차 접종자를 최대한 확대할 계획이다.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인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접종에 앞서 예진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보완된 2분기 주요 접종 대상군별 접종계획에 따르면, 노인‧장애인 대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 38.4만 명은 당초 6월에서 4월로 접종시기를 앞당긴다. 시군구별로 지정하는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접종을 추진한다.
노인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15.8만 명의 경우 지난 1일부터 예방접종센터를 통해 접종을 시작한 바 있다. 장애인시설·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결핵·한센인 거주시설, 노숙인시설, 교정시설 종사자 등은 오는 9일부터 위탁의료기관, 보건소 또는 기관 자체 의료기관에서 접종을 시작한다.
유치원·어린이집, 초등학교 1·2학년 교사 및 돌봄 인력 49.1만 명도 6월에서 5월로 시기를 앞당겨 접종을 추진한다.
특수교육 종사자 및 유치원·학교 내 보건교사 4.9만 명과 어린이집 장애아전문 교직원 및 간호인력 1.5만 명은 오는 8일부터 근무지 관할 보건소에서 접종을 받으면 된다.
초등학교. 사진공동취재단
만성신장질환자와 같은 투석환자 9.2만 명의 경우 확진 시 중증 위험도가 높아지는 점 등을 고려해 4월로 앞당겨 접종한다. 장소는 시군구별 지정 위탁의료기관이다. 감염 시 중증 진행 위험을 고려해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 1.2만 명은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5월 중 접종한다.
의원급 의료기관과 치과·한방 병·의원 및 약국의 보건의료인 38.5만 명은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4월 중순부터 접종을 추진한다. 우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접종대상을 보건의료인에서 종사자 전체로 확대하되,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접종한다.
사회필수인력 80.2만 명인 경찰·해경·소방은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군인은 군부대·군병원 등에서 6월 중 접종을 실시한다.
항공승무원 2.7만 명은 해외 바이러스 유입 위험 등 방역 상 필요성을 고려해 접종 시기를 앞당겨 4월 중순부터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접종한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교사도 접종…여름방학 때 화이자 백신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교사도 2분기 접종대상에 포함한다.
2021학년도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박종민 기자
이는 안정적인 학교 교육, 대학별고사(논술·면접)와 수능 등 전국 이동에 따른 전파확산 위험 등을 감안한 조치다.
방역당국은 접종 대상자가 45만~49만 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화이자 백신 잔여물량을 활용해 접종한다. 현재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 약 350만 명분이 접종되고 있다. 이중 요양병원·시설에서 이미 접종받은 대상을 제외하고 접종 동의률을 계산하면 상당부분 고3 학생·교사에게 충분히 접종 가능한 물량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접종 시기는 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여름방학이 될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시기는 학사 일정 및 백신수급 일정 등을 고려해 추진할 방침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간격, 12주까지 '탄력 조정'한편 추진단에 따르면,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1808만 8천 회분으로 이 중 269만 1천 회분은 1분기 도입이 완료됐다. 2분기 도입 확정된 물량은 최소 1539만 7천 회분으로 추가 물량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다.
2분기 도입 확정 물량은 화이자 백신 629만 7천 회분(개별 계약 600만 회분·코백스 29만 7천 회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910만 회분(개별 계약 700만 회분·코백스 210만 회분)이다.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 백신에 대해서도 2분기 공급 일정 등을 협의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백신. 이한형 기자
이와 함께 추진단은 철저한 재고관리로 1차 접종 대상을 확대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간격도 8~12주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식약처 품목허가에서는 4~12주 간격으로 규정돼있다.
그동안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간격을 10주로 안내해왔다. 권고 간격인 8~12주의 평균 간격을 안내해왔다는 설명이다.
이 간격을 12주까지 최대한 활용해 접종 간격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이번의 보완 내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접종 간격이 더 길어질수록 예방효과가 크다는 근거들을 통해 8~12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최근에 1차 접종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12주로 예방접종 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대상을 최대한 확대한 뒤 2차 접종분은 3분기에 들여오는 물량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아스트라제네카 2차 백신 간격을 최대한 늘려야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정 청장은 "3분기에 이어져서 계속 접종이 진행되기 때문에 2차 비축 물량을 가져다가 접종을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재고관리를 하면서 들어오는 물량을 최대한 상황에 맞게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반영해 1차 접종자를 확대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분기 계획 물량을 차질없이 확보할 경우 접종 대상자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소요량을 정확하게 예측해 유통·배송한다. 최소 잔여량 주사기(LDS)를 활용하고 현장에서 접종대상자를 유연하게 추가할 수 있도록 예비명단을 최대한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역별 예방접종센터를 조기 개소하고, 주말 접종 등 지역별로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 위탁의료기관 중 일부는 4월 중 조기 운영해 늘어나는 접종에 대응한다.
추진단 관계자는 "EU 수출허가제 강화, 미국 수출 규제 행정명령, 인도 수출 제한 등 백신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예방접종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백신 수급을 위해 범정부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안을 활용하여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