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상가 모습. 연합뉴스
인천 지하상가 점포주와 인천시가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운영한 '지하도상가 상행협의회(이하 상행협의회)'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발족 1년 만에 활동을 종료했다.
상가 내에 횡행했던 점포 재임대 관행을 끊으려는 시와 이를 유지하려는 점포주 사이의 갈등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인천 지하도상가 상생협의회 성과 없이 운영 종료
인천시는 지난해 4월 지하도상가 상인과 시 공무원, 시의원, 전문가 등으로 발족한 상생협의회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활동 1년 만에 운영을 마쳤다고 1일 밝혔다.
상행합의회는 지하도상가 내 점포주들 간 양도양수와 점포 재임차 등 불법 행위를 바로 잡는 동시에 상가 상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구성됐다. 애초 지난해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정책제안 합의'를 전제로 활동 기간을 지난달 말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시와 지하도상가 측 이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 시 "불법 점포 재임차 불가"…상가 측 "점포주에게 지하도상가 매각하라"
쟁점은 현행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지하도상가의 재임차와 양도‧양수 유예기간이다. 지하도상가는 시 행정재산이기 때문에 시로부터 점포를 임대한 상인이 또 다른 상인에게 재임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인천 지하도상가는 그동안 재임차 관행이 횡행했다. 시는 현재 전체 지하도상가 전체 점포 가운데 70%가 재임차 점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는 이 관행을 앞으로 최대 5년까지 재임차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겠다고 상인들에게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하도상가 측은 점포주들에게 지하도상가를 매각하는 방안과 계약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양도‧양수와 재임차를 허용하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 2002년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가 갈등의 씨앗이같은 갈등이 시작된 건 2002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시는 인천시는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조례'를 제정해 지하도상가를 상가법인에게 위탁‧관리하도록 규정했다.
상가법인들은 시 대신 임차인과 점포 대부계약을 맺었고 임차인은 다시 상가법인의 사전 승인을 받아 다른 임차인에게 재임차했다. 이는 당시 시 조례로 보장되는 절차였다.
사실상 점포 매매와 재임차가 가능해진 상가는 점차 부동산 임대 사업장 형태를 띠게 되면서 상인보다 점포주들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기형적 돈벌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지하상가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거래가도 함께 상승했다.
그러나 2005년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개정되면서 행정재산을 임대한 자의 재임차를 금지했다. 시 조례로는 '적법'이지만 법령상으로는 '불법'인 상황이 된 것이다.
감사원은 당장 시 조례를 개정하라고 통보했고 시는 지난해 1월 재임차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관련 조례를 개정하면서 시와 지하도상가 간 갈등이 촉발됐다.
신봉훈 시 소통협력관은 "상생협의회를 통해 상생방안을 합의할 것이라는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상생협의회 운영은 종료되지만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지하도상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