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로고. 연합뉴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인텔이 돌아왔다.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두 개를 새로 짓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이를 통해 반도체 생산량 증대는 물론 파운드리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과거 파운드리에 실패했던 인텔이 갑자기 재도전 의사를 표하면서,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사업을 실패했던 전력이 있고, 이번 투자도 반도체 업계 기준으로 볼 때 큰 규모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국내 반도체 생산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인텔이 향후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경우 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먼저 회의적인 시각에서는 인텔의 실행력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과거 PC 시대의 인텔은 '품질 보증서'와 같은 존재였다. 인텔 칩이 들어간 PC는 말그대로 '믿고 쓰는' 제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인텔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주었던 완벽한 제조 수직 계열화는 결정적인 순간에 시장이 요구했던 모바일 칩을 유연하게 공급하지 못하면서 전성기도 꺾였다. 퀄컴, ARM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에게 모바일 칩 패권을 넘겨준 것이다.
또한 인텔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 파운드리 사업을 2년만에 대폭 축소하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업계는 인텔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7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TSMC는 이미 5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간 상태라 적잖은 격차가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인텔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인텔의 주가에는 호재가 아니었다. 올해 들어 인텔 주가는 반도체주 전반의 호조와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인텔의 발표 직후 시장외 거래에서는 상승세를 탔다가 다음날 주가는 힘이 떨어졌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인텔코리아 제공
반면 인텔이 파운드리 도전에 나섰던 2016년과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인텔이 반도체 생산 증대 뿐 아니라 파운드리까지 진출하기로 한 것은 달라진 안팎의 여러 상황을 감안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미국내 반도체 생산이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 제재와 함께 코로나19 장기화속 새로운 산업 수요가 늘면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생산을 아시아 기업들에 위탁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돼 미국 테크 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이런 걱정을 해소하는 중요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될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할 당시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제조 경쟁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여기다 지난 3월 초에는 유럽이 180조원 규모의 반도체 자립 계획을 내놓기도 해 바야흐로 반도체 업계는 일촉즉발의 싸움을 앞둔 형국이 됐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80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4년에는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을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56%), 삼성전자(18%), 대만 UMC(7%) 미국 글로벌파운드리(7%), 중국 SMIC(5%) 순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