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바이든 미 정부 출범이후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갈등이 더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의 단결과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구두친서를 교환했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2일 리룡남 신임 주중 대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두 나라 최고지도자의 구두 친서를 주고받았고, 북한은 그 다음날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바이든 미 정부의 압박에 대응한 북한과 중국의 밀착을 공개적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먼저 '8차 당 대회 정형'을 통보한다는 명분으로 구두 친서를 보냈고, 이에 시진핑 주석이 답신을 보내는 형식을 취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스1 제공
김 위원장은 구두친서를 보내는 이유로 "(양국이)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할 시대적 요구"를 언급했다.
'시대적 요구'는 바이든 미 정부 출범이후 한미일 정책공조 강화 등 새롭게 조성되는 정세 속에 양국의 전략적 소통이 긴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8차 당 대회에서 토의·결정한 '국방력 강화와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입장'을 중국에 전하면서, "적대세력들의 광란적인 비방 중상과 압박", 적대세력들의 전 방위적인 도전과 방해책동"에 대처해 북한과 중국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주석도 답신을 통해 "새로운 형세"를 거론하며 "국제 및 지역정세가 심각히 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 주석은 특히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두 나라에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한다는 대목은 코로나19에 따른 무역 단절로 각종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 방역 백신과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 최고지도자의 이번 친서 교환과 공개는 사실 바이든 미국 정부를 다분히 의식한 행동으로 관측된다.
친서 교환 시점이 바이든 미 정부의 한국과 일본 방문에 이어 18일과 19일에 열린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이다.
미국과 중국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 인권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한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이 최고지도자간 친서를 교환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양국의 밀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구두친서 교환에 대해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같은 편이 되자는 일종의 도원결의 같은 느낌"이라며, "북한과 중국의 밀착 속에 북한은 향후 북미협상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할 것이고 중국도 대미관계에서 북한의 존재를 적극 부각시킬 것이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 중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국방력 강화 입장을 지지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발표를 보더라도 시 주석이 북한의 국방력 강화 입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없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한 적극적인 공헌' 용의를 밝힌 점에 비추어볼 때 중국은 남북과 북미 간의 대결보다는 대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친서 교환으로 북한과 중국의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이 서서히 재개되기는 하겠지만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에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친서나 구두친서를 교환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7차례"라면서 "이번 친서 교환 자체만 놓고 북중 관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친서교환 시점, 친서 내용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보면서 평가를 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