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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사건' 합동감찰 놓고 벌써부터 '공정성'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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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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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대검 '불기소 결론' 수용했지만…
"절차적 정의 훼손" 비판 '합동감찰' 지시
조사 주체에 임은정 포함…공정성 의문
감찰 대상 사건 두고도 '이중잣대' 논란
합동감찰 주체 놓고 법무·검찰 잡음 전망

윤창원·황진환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의 '한명숙 재판 위증교사 의혹 사건' 무혐의 처분 과정을 문제 삼으며 지시한 고강도 합동감찰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합동감찰의 직접적 사유가 된 인물이자, 이번 사건의 기소를 주장해온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감찰 조사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이미 결론은 정해진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제기되는 것이다.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 내용 유출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해당 사건을 둘러싼 대검의 의사 결정 과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임 연구관은 감찰 대상에서 제외한 점도 이 같은 의문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감찰 주체에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포진한 점까지 맞물리면서 결국 감찰을 명분 삼은 '고강도 검찰 때리기'와 이에 따른 파열음이 재현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2일 '한명숙 재판 모해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해 대검의 불기소 결정을 사실상 수용하면서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가 훼손된 점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의 엄정한 합동감찰로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감찰 이후에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 직접수사 과정의 부당한 관행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검 부장회의에서 압도적 다수로 불기소 결론이 내려진지 사흘 만이다.

이날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의 법리 판단보다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자신의 수사지휘로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 모해위증 의혹을 받는 검사가 직접 참석했고, 이후 비공개 회의 결과가 특정 언론에 유출된 점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되어 크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관련 법무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법무부는 박 장관의 이 같은 고강도 합동감찰 지시를 발표하면서 "추궁이나 질책보다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이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감찰의 의도와 공정성에 의문을 보이는 정반대 시각도 존재한다. 합동감찰의 주체들이 이미 '한명숙 사건 처리 과정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의심이다.

법무부는 이번 합동감찰을 진행할 주체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 구성원"이라며 여기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관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모해위증(남을 해할 목적의 위증) 혐의를 받는 재소자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재소자를 기소한 뒤에는 '한명숙 사건' 당시 검찰 수사팀의 비위 여부도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었다고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임 연구관은 대검이 자신 대신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하자 "직무에서 배제당했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임 연구관 배제 논란은 박 장관이 지난 17일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게 된 핵심 요소이자, 법무부가 이날 합동감찰의 사유로도 명시한 부분이다. 최근 '한명숙 사건'을 놓고 벌어진 수사지휘와 합동감찰 등 법무부와 검찰 사이 잇따른 갈등의 중심에 임 연구관이 서 있는 셈이다.

법무부가 임 연구관을 감찰 주체로 앞세운 데에는 조사를 담당했던 인물로서 사건을 두루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갈등의 당사자로서 공정한 감찰이 가능한가'라는 문제제기도 따라붙는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임 연구관도 대검 감찰부 구성원이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합동감찰 대상 선정의 공정성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거론된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특정 언론에 유출된 점을 이날 절차적 정의가 훼손된 근거로 꼽으며 엄정한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반면 대검의 주임검사 지정과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SNS에 공개하며 '직무 배제'를 주장했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한 임 연구관은 감찰 대상에서 제외했다.

황진환 기자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외부 유출이라고 하면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대검 부장회의와 임 연구관에게 왜 이중잣대를 들이대느냐"며 "결국 박 장관이 오늘(22일) 얘기했던 발언의 진정성이나 객관성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때문에 향후 합동감찰의 주체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간 잡음이 재차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가 감찰 주체로 언급한 부서엔 친여(親與) 성향으로 거론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박 담당관은 '추미애 체제'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감찰은 기본적으로 공정하고 또 공정하게 보이는 게 중요한데 한 부장, 박 담당관 등이 조사하게 되면 그것부터 이미 공정성에 완전히 흠집이 간 상태가 된다"며 "이렇게 되면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한 합동감찰이라기 보다는 '법무부의 제식구 감싸기식' 감찰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박 장관이 검찰의 '불기소 결론'을 뒤집지 않으면서도 합동감찰이라는 비판적 카드를 꺼내든 점을 놓고는 검찰과 여권 강경파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난감한 상황에서 고심한 결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장관은 자신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정치 행보'로 해석하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이날 "공직자로서 제 자세에 하등 허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연구관이 감찰 주체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장관이 배제한다, 안 한다고 할 수 없다. 대검 감찰부가 판단하면 좋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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