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9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한형 기자
경찰이 국토교통부와 LH 본사, 북시흥농협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 속도와 범위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신도시 계획 결정과 정보 유출, 수상한 대출 흐름 등을 면밀히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아니꼬우면 이직하라' 등의 조롱성 게시글 수사와 관련해선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국토부 외에도 경남 진주 LH 본사와 북시흥농협, 농협 지역지점 2곳, 전직 LH 직원의 자택 등 6곳 등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LH의 상급 기관으로, 경찰은 3기 신도시 및 주요 산업단지 선정 등의 업무를 맡은 부서·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수사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해졌다. LH 직원들이 국토부로부터 신도시 관련 사전 정보를 입수했는지, 내부 정보가 유출됐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핵심 과제다.
북시흥농협과 지역지점의 경우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의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곳이다. LH 직원들은 신도시 지정 전 땅 매입 과정에서 5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한 대출 흐름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를 총지휘하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는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LH 직원뿐만 아니라 공무원, 대출 등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땅 투기 의혹 비판에 대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아니꼬우면 이직하라'는 등 조롱성 글을 올린 작성자를 찾기 위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LH 본사와 블라인드 앱 운영사인 '팀블라인드'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해당 회사의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기에 작성자는 LH 직원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게시글이 국민적 공분을 사자 LH는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경찰은 팀블라인드 한국 지사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강남을 찾았지만, 사무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미국에 있는 팀블라인드 본사에 이메일을 통해 압수수색 영장을 전달한 상태다.
다만 팀블라인드 본사가 영장 협조에 응할지가 미지수다. 해외에 있는 만큼 실제 압수수색이 어렵고, 협조하지 않더라도 강제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와 해외법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 공조 수사가 필요한 영역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있는 기업이기에 직접 압수수색에 한계가 있다.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메일로 협조를 구했다"며 "다양한 수사 기법을 통해 작성자를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37건 198명에 대해 내·수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경찰신고센터는 182건의 제보를 접수해 수사 필요성 등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일 LH본사와 수도권 LH사업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LH 직원의 휴대전화 등에 대해선 포렌식이 진행 중이다. 피의자 소환은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와 관련 "국민적 분노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경찰과 국가수사본부는 조직의 전 역량을 다 동원해서라도 국민들 기대에 부흥하는 철저한 수사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특검' 논의에 대해선 "특검 결정은 국회의 영역"이라며 "저희는 현재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수사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