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일하지 않아도…'기본소득제' 둘러싼 논쟁

모든 국민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기적으로 현금이 지급된다면 어떨까요? 기본소득이란 모든 국민에게 차별없이 일정한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본소득제는 1516년 출간된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도 묘사될 만큼 꽤 오래된 소득 분배 제도인데요. 근래에는 인공지능, 4차산업혁명 등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일하지 않는 인간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에 미국 실리콘밸리 등 유명 기업가들까지 기본소득 논의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재난대응책으로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기본소득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대 기본 정책(기본주택·기본소득·기본대출)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며 연일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본소득, 어떻게 줄 수 있을까?
기본소득제(Universal Basic Income)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복지 방식과는 달리 △모든 사람에게(보편성) △아무 조건없이(무조건성) △가구가 아닌 개인에 지급(개별성)하고 △정기적으로(정기성)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현금성)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얼마를 받는 것이 적당할까요? LAB2050 이원재 대표가 집필한 리포트 '기본소득제-정의, 쟁점, 전망'(시선집중GSnJ 제280호)에 따르면 전 국민에게 충분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당장은 어려운 만큼 적은 투입으로 시작해 점차적으로 키워나가는 방법을 제안하는데요.
연 30만 원(소요 예산 연 15조 원)을 소액 지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효과가 검증되고 공론화가 이뤄지면 월 30만 원(소요 예산 연 180조 원)으로 늘리자는 주장입니다.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려면 그에 따른 추가 재원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원재 대표의 리포트에서는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법으로 기존 과세기반 확충, 새로운 과세체계 도입, 국채발행 및 통화증발(增發)의 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과세제도 틀 안에서는 소득세 비과세 감면 폐지, 소득세율 정율 인상,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이 기본소득제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공유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국토보유세, 데이터세, 생태세 등으로 거둬 기본소득의 핵심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제안도 존재합니다.
국토보유세는 전국의 토지를 인별 합산해 용도를 가리지 않고 과세하는 방식으로 세제를 개편하자는 제안이며, 이를 통해 연 15조 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데이터세는 기업이 데이터를 사용해 창출하는 수익에 대해, 생태세는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 등에 대해 과세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가능한 걸까?…각국의 실험 사례
세계 각국에서 제한적으로 기본소득 정책실험과 시도가 있었지만, 국가 단위에서 도입한 곳은 아직 없습니다.
핀란드에서는 2017년~2018년 2년간 실업부조 수령자 중 2천 명을 대상으로 같은 수준의 금액(월 560유로, 한화 78만 원 상당)을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정책실험을 시행했습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실험은 현대의 사회보장 시스템이 더 이상 현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혜택을 잃지 않고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높다고 판단해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알래스카주 는 1976년 이후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설치하고 원유 채굴로부터 나오는 수입 일부를 기금화해 매년 모든 주민에게 똑같은 금액의 조건 없는 소득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구기금배당'(Permanent Fund Dividend)이라는 이름으로 시행중인 일종의 기본소득제도로 "주의 자원은 주민의 소유"라는 주 헌법에 따라 기금 수익금 일부를 주 거주기간 1년 이상인 모든 주민에게 지급합니다. 액수는 영구기금 실적의 5년 평균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2020년에는 992달러, 한화 약 110만 원이었습니다.
스위스는 2016년 기본소득 보장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국민청원을 통해 실시했습니다. 개헌안 내용에는 기본소득의 구체적 도입 방안이나 금액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는데요.
국민투표 청원을 진행한 스위스 시민단체 BIS는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 프랑(한화 약 300만 원), 18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650스위스 프랑(한화 약 78만 원) 지급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23% 찬성률에 그쳐 부결됐습니다.
이외에도 전 세계 공공, 민간 영역에서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되었거나 예정 중에 있습니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 '자유 노동 안정' vs '노동 가치 훼손'
기본소득이 완전히 정착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찬반 입장도 극명합니다.
한국재정학회 보고서 '기본소득제 도입의 타당성 고찰'에 따르면 기본소득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완전한(보편적) 기본소득제를 지향하되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합니다.
다만, 사회서비스는 동시적으로 확대•발전할 것을 제안하며, 기본소득제가 사회보장제도를 전면 대체하자는 주장은 아닙니다. 이들은 국민총생산액 중 일부는 공동의 자원에서 나온 것이므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분배되어야 하며, 대안적 소득분배제도로서 기본소득은 사각지대가 없게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행정비용을 최소화하며, 민간소비(내수)를 키우고, 자유노동을 안정시키고 촉진시킨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보편적 사회수당의 성격을 갖는 낮은 수준의 부분적 기본소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 기본소득이 현재의 사회문제나 전환기의 문제, 앞으로 도래할 미래사회의 문제에도 대안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하는데요.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보편적 보장, 위험발생 시 충분한 보상'이라는 사회보장의 원칙이 미래사회에도 유효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한, 만약 세율을 인상해 기본소득을 인상할 경우 고소득층을 제외한 수혜의 범위는 늘어나겠지만 조세부담을 감내할 정치적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고 세율 인상에 따른 근로의욕의 훼손이 더 크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 '갑론을박'
기본소득은 코로나19를 타고 국내 정치권에도 등장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제한적으로 일부 동의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세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따릅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는 갑작스러운 전환을 맞았습니다. 보편 타당하다고 여긴 기존의 질서가 꼭 옳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죠. 당장 기본소득제가 시행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와 경제적 양극화 극복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기본소득 연구와 실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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