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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반발에 부상한 '수사·기소 완전 분리'…세계적 추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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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개 반발에 檢, 영·미 등 선진국 사례 제시
중대범죄 대상 '수사·기소' 긴밀 연계 필요에는 '공감대'
檢개혁 진형서도 급속 추진되는 중수청 설치 우려도
추진 측 "연계 필요 인정하지만 檢 권한 분산이 더 중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대구고검과 지검에서 직원과의 간담회를 끝낸 후 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도입을 놓고 여권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고조되면서 '수사·기소 완전 분리'가 세계 사법제도의 최근 유행인지에 대해 벌어지는 양측의 논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수청 제도 자체가 검찰로부터 수사권한을 완전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사와 기소는 전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분리돼야 하는 것이 맞다"며 제도 도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정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살펴보자면 서유럽을 중심으로 두 기능을 분리해 운용하는 국가가 다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대범죄'에 한해 수사와 기소를 밀접하게 연결시키는 보완책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흐름이다. 국내 법조계에서도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진영을 포함해 중대범죄에 대한 두 기능의 연계 필요성에는 대체로 큰 이견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합쳐진 두 기능의 운용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尹 "수사·기소 융합이 세계적 추세" …선진국 사례까지 제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도입을 반대하며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라고 말했다.

검찰 또한, 사법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 일본, 미국 그리고 영국의 중대범죄 수사·분석 자료를 제시하며 윤 총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여권 등 일각의 주장과 달리 수사·기소를 완벽히 분리하는 것은 오히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취지다.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실은 자료들을 통해 세계 각국의 사료를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독일은 검찰이 기소권은 물론 수사권까지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경찰은 검사의 수사요원격으로 조사를 수행하는 역할로 규정돼 있다. 즉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는 식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특히 공직비리·경제사범 등 중대범죄의 경우 수사 초기부터 검찰이 직접 수사하기 위해 중점검찰청 제도를 두고 있다. 1968년 4개 중점검찰청으로 출발했다가 현재는 49개로 늘었다.

일본은 부패범죄·기업범죄·탈세·금융범죄 등 중대범죄로 분류되는 영역에 한해 검찰이 직접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또한, 연방검사장이 연방 범죄를 직접 수사하거나 또는 연방 수사기관에 수사 착수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수사에 관여하도록 규정해 직접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지난달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법 발의 기자회견 후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권이 수사·기소 분리 모델로 꼽는 영국은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기소 전 독자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권한을 보유하고 반면 검찰은 기소권을 가져 겉보기에는 분리된 형태기는 하다.

하지만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다른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수사와 기소·공소유지 기능을 모두 가진 중대비리수사청(Serious Fraud Office, SFO)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한 기관의 검사와 수사관이 공판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여 기소 후 공소유지까지 맡게 되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대범죄는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인 대형사건이 많은데 그 부분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나중에 공판에서 공소유지를 할 때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중대범죄의 경우 수사 기소가 융합돼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중대범죄' 수사·기소 연계 필요에 '공감대'…중수청 추진 우려도

대검찰청의 모습. 이한형 기자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주장하는 개혁 진영 내에서도 수사 자체는 물론 이후 공소유지도 어려운 만큼 중대범죄에 한해 두 기능을 밀접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국제적 추세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수사와 기소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분리하는 게 맞고 그게 원칙이다"면서도 "예외적으로 중대범죄라고 말하는 사건에 한해서는 융합하는 게 국제적인 기준이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영국의 SFO에서 나온 리포트를 보면 중대범죄에 대해 수사를 담당하는 자와 기소를 담당하는 자가 다르면 재판 효율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결국 누가 더 적극적인 거악 척결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건데 시간이 1년, 2년 걸리는 오랜 수사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수사와 기소하는 자가 붙어있는 게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중수청 도입으로 일률적인 수사·기소 분리가 이뤄질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 중 한 명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대 범죄를 수사하는 데 있어서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해왔다고 주장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남용했는지 그 기능을 떼어 중수청에 주면 남용이 반복될 가능성은 없는지 견제할 장치는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수청 추진 측 "수사·기소 밀접 필요 인정…검찰일 필요는 없어"

지난달 23일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 윤창원 기자

 

반면 중수청 도입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최근 수사·기소 기능을 함께 갖춘 사정기관들이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애초 두 기능이 엄격히 분리된 채로 오랜 기간 유지돼 왔던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한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수사 기소가 분리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며 어느 한 곳이 권한을 독점하면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이 발생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부패·경제 범죄 등 특정 범죄에 있어서 수사 기소 분리가 수사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나라는 검찰에 워낙 많은 권한을 부여하다 보니 많은 인권침해, 정치검찰 문제가 있어 분리하는 것으로 세계적 현상과는 반대의 경우인데 자꾸 수사 기소가 세계적으로 통합되는 추세에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오전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중수청' 추진론자 중 대표격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장도 비슷하다. 황 의원은 "중대범죄에 있어서 수사와 기소가 밀접하게 연계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며 이 전제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검찰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직접 수사권을 가져야만 수사와 기소가 연계된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중수청에 검사를 파견받는 등의 방식을 지적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했다. 황 의원은 "검사를 파견받거나 수사팀 요청에 의해 회의에 참석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식으로 협력의 틀 안에서 얼마든지 수사와 기소는 연계될 수 있다"며 "그것을 검찰이 직접 행사해야만 수사와 기소가 연계되는 것은 아니며 권한 행사 주체를 달리해도 얼마든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신설조직인 중수청이 당장 중대범죄 수사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검찰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 등 특정 분야에서는 범죄 수법이 급속도로 복잡해지고 교묘해지면서 전문 검사들마저 범죄자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사 공백을 채울 대안 없이 검찰 수사 배제만 내세운다면 사법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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