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 건대역 인근 포차. 연합뉴스
코로나의 최대 방역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너지고 있다.
거리두기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 심화와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겹치면서 긴장의 끈이 느슨해졌다.
정부는 코로나 블루에 지친 국민과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몸부림을 외면할 수 없어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취했다.
지하철과 번잡한 동네의 식당과 카페를 가보면 코로나 감염 사태가 끝나가는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설 연휴를 즈음해 턱스크와 덴탈 마스크가 많이 등장했다.
백신 접종이 오는 26일쯤 시작하고 2분기엔 대량 접종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당국의 발표 때문인지 곳곳에 밀접·밀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화곡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설 다음날인 지난 토요일 건국대 주변은 인산인해였다.
15일과 16일 점심때쯤 회사들이 운집한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역삼역, 강남역, 교대역 부근의 식당과 커피숍엔 사람들이 넘쳤다.
옆 테이블을 비어두지 않고 2~30센티미터 간격으로 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식당들이 즐비했다.
체온체크는 아예 없어졌고, QR코드 확인도 형식적이었다.
정부가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은 2단계, 지방은 1.5단계로 완화하고 밤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하면서 곳곳에서 코로나 위기감은 실종되고 있다.
코로나19의 변이는 계속 번지고 집단 감염은 여전한데도 자율방역 체제로의 전환이 4차 대유행의 도화선이 될 개연성이 한층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긴장 해이를 불러일으킬만한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3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합 금지와 영업제한 등의 일률적 강제 조치를 최소화하면서 방역수칙 위반 활동과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고 한다.
'자율방역'으로 돌리겠다는 것으로 좀 성급한 것 같다.
300명대이던 코로나 확진자가 16일 457명으로 급증했다.
서울의 감염자가 1백 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등 수도권의 무더기 감염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지속되고 있다.
재생산지수(1.06)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활동 반경을 좁히지 않고 만남 방식을 과거로 회귀할 경우 코로나 확진자는 5~600명을 넘어 1천 명 선에 이를지 모른다.
신규 확진자가 1014명 발생한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이한형 기자
그 책임은 정부가 지게 될 것이다.
언론들은 정부가 방역조치를 누그러뜨렸다며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릴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의 방심과 무방비를 교묘히 파고드는 전염병이다.
사실 총리실이나 질병관리본부는 재확산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감염 위험이 높아지면 백신 접종도 까다로워지고 접종 속도도 떨어지게 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백신 접종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방역 수칙에 대한경각심을 다시 한번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도 "사회적 경각심을 풀면 안 된다"는 경고를 수차례 강조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단계로 완화된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
코로나 확산 추세와 상황이 그만큼 위중한 국면이라는 뜻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재차 논의할 다음주말쯤, 아니 그 이전에라도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시킬 수 있다.
어찌 보면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풀어줬다', '조였다'를 반복하는 상습 전염병이지 않을까 판단된다.
당국의 희망대로 집단 면역이 형성될 올 가을까지는 떨어지고, 멀어지고, 주변을 경계하는 것이 코로나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어책이다.
스스로 거리두기 실천이라는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K94 마스크는 생필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