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 경희대 교수(가운데).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실명이 담긴 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경찰에 출석했다.
16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김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쯤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피해자 A씨가 2016~2018년 박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하며 쓴 편지의 사진을 공개했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이 SNS에 사진을 게시하자 "민 전 비서관의 공개 자료"라며 함께 올렸다.
이에 따라 수 분 동안 A씨의 실명이 온라인에 노출됐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김 교수는 게시물을 내렸다.
김 교수는 이후 페이스북에 "자료를 올릴 때 이름을 미처 가리지 못해 의도치 않게 1~2분가량 피해자의 이름이 노출됐다"며 "이 사건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해명했다.
A씨 측은 지난해 12월 24일 피해자 신원과 사생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라며 민 전 비서관과 김 교수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김 교수가 피해자의 실명이 담긴 편지를 SNS에 정확히 28분 노출했다"며 "피해자의 기본적인 삶의 안전을 파괴하는데 어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 구속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정보통신망에 피해자의 신원이 공개됐을 가능성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시민단체들도 김 교수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육부에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 12월 28일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서울경찰청장, 여성가족부장관에게 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조치 촉구 서한을 제출했다.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도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에 김 교수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