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8∼11일 나흘간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 경제계획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당·정·군의 힘 있는 특수·특권 기관과의 "전면적 전쟁"을 선언했다.
당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김두일에서 오수용으로 전격 교체했고, 리선권 외무상을 정치국 위원, 중국통인 김성남 당 국제부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2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었다"고 전원회의 종료 사실을 알린 뒤 "(김정은 총비서가) 여러 부문의 사업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단위특수화·본위주의 행태 반인민적·반국가적 행위"
김 총비서는 북한경제의 여러 부문 중에서도 당·정·군의 힘 있는 특수·특권 기관들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특수 기관의 본위주의, 즉 조직 이기주의 행태를 집중 비판한 것이다.
통신은 김 총비서가 "8차 당 대회 결정관철을 위한 첫해 사업을 전개하면서 전당적, 전국가적, 전사회적으로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려나갈 데 대하여 중요하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김 총비서의 보고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가 개별적인 사람들이 저지르는 반당적, 반인민적행위라면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는 부문과 단체의 모자를 쓰고 자행되는 더 엄중한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행위이며 우리 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실현하고 주체적 힘, 내적동력을 다지는 데서 제일 장애로 된다고 낙인"했다.
이어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고 당의 결정지시집행을 태공 하는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현상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으며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하여 단호히 쳐갈 겨야 한다는데 대하여 특별히 언명"했다.
특히 "이번 전원회의를 계기로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를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 다를 바 없는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으로 엄중시하고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기로 한 당중앙위원회의 결심이 표명되었으며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를 쓸어버리기 위한 전쟁에서 모든 당 조직들과 정치기관들, 국가기관들과 전체 인민들이 주체가 될 데 대한 문제가 강조됐다"고 했다.
◇"내각 주도적 역할 못해…계획숫자 기계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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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원회의 첫째 의정인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5개년 계획의 첫 해 과업을 철저히 관철할 데 대하여' 결정서와 관련해 김 총비서는 "내각에서 작성한 올해 인민 경제계획이 그전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총평했다.
"내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성에서 기안한 숫자를 기계적으로 종합하다 보니 어떤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높여놓고 어떤 부문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는 폐단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그러면서 농업, 전력, 건설 등 각 부문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비판했다.
먼저 "농업부문에서는 농사조건이 불리하고 국가적으로 영농자재를 원만히 보장하기 어려운 현 상태를 전혀 고려함이 없이 5개년계획의 첫해부터 알곡생산목표를 주관적으로 높이 세워놓아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계획단계에서부터 관료주의와 허풍을 피할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눈길끄는 표현들 "관료주의 허풍,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 자력갱생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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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전력공업 부문과 건설부문, 경공업 부문들에서는 기본지표생산계획을 연말에 가서 비판을 받지 않을 정도로 낮추어 기안하는 편향을 범했다"며, "탄광, 광산들에서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중지되는 애로들이 존재하고 인민들의 생활에도 불편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부문에서도 자재와 노력 보장을 구실로 평양시 살림집건설계획을 당 대회에서 결정한 목표보다 낮게 세웠으며 이것은 경제부문 일군들이 조건과 환경을 걸고 숨고르기를 하면서 흉내나 내려는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면서, "살림집 건설은 당 대회의 권위를 보위하기 위한 정치적문제이라고 하면서 당 중앙은 올해 평양시에 1만세대의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공업부문에서 자재보장조건과 선질 후량에 빙자해 올해 신발생산계획을 형편없이 낮게 세운데 대하여서도 심각하게 비판"하고, "다른 부문들에서도 계획을 낮게 세워놓고 연말에 가서 초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으려고 하지 말"것을 촉구했다.
김 총비서는 특히 기간공업 분야의 왜곡된 자력갱생에 대해 "반드시 수입해야 할 물자도 아니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들도 능력껏 사다 쓰라고 하는 것은 경제지도 기관들이 자력갱생의 구호를 왜곡해 자기의 책임을 아래 단위에 밀어버리는 가장 전형적인 태만행위"라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의 경제권과 통제력이 점차 소실되고 국영 기업소들을 비법적인 돈벌이에로 떠미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경고했다.
◇"비사회주의는 일심단결 저해하는 악성종양"전원회의 둘째 의정인 '전사회적으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더욱 강도높이 벌일 데 대하여'에서, 김 총비서는 "일심단결을 저해하는 악성종양을 단호하게 수술해버릴 혁명적 의지와 결심을 천명했다"며, "중앙으로부터 도, 시, 군들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연합 지휘부를 조직하여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한선에서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집중적으로, 다각적으로 강도높이 전개할 데 대하여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당 조직들이 일군들 속에서 나타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를 극복하기 위한 작전을 강도높이 전개하는 것과 함께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비호 조장시키는 대상들을 일군대열에서 단호히 제거할 것"을 강조했다.
◇경제계획 문제점 책임 물어 경제부장 전격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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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남·대외부문에서는 별다른 메시지가 없었다.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인민군대와 군수공업 부문, 대남부문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해 올해에 확정한 투쟁목표와 사업계획들을 한 치의 드팀도 없이 철저히 집행할 것을 중요하게 강조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전원회의 보선에서는 김두일 당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오수용 당 비서로 교체했다. 경제계획 수립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제부장을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오수용은 김정은 정권 아래서 수 년 간 당 경제부장을 맡다가 최근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에 임명됐는데, 이번에 다시 당 경제부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아울러 '냉면 발언'으로 유명한 리선권 외무상이 당 정치국 위원으로, 통역사 출신으로 북한 내 대표적인 중국통인 김성남 당 국제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전문가 "경제 분야 기득권 세력에 강력한 경고· 체질개선 요구"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를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와 다를 바 없는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으로 엄중시하고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기로 했다고 강조한 대목은 결국 당, 군, 보위기관 등 특권기관들의 경제적 이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가장 도전적인 과제로 보인다"며, "다만 그동안 이들 기관들에게 경제적 이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충성심을 이끌어 왔는데, 특별한 경제적 이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과연 다른 어떤 방식으로 충성심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김 총비서가 개인적인 착복이나 부정부패, 관료주의, 무능력보다 오히려 한 단계 더 나아가 부문과 단체의 모자를 쓰고 자행되는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과거 외화나 경제 분야에 우선권이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던 군부 등에 강력한 경고와 함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경제를 내각 중심으로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