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5일 서울역 쪽방촌 정비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역 인근 쪽방촌이 분양주택 1160호, 임대주택 1250호를 품은 주거단지로 개발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5일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평 미만 방에 월세 24만 4천 원→5.44평 방에 3만 7천 원으로1960년대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도시 빈곤층에 의해 생겨난 서울역 쪽방촌은 수차례 도시정비사업에도 아직 1천여 명이 거주 중인 국내 최대 쪽방촌이다.
거주민들은 0.5~2평(1.65~6.6㎡)의 공간에 평균 24만 4천 원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도 단열과 방음, 난방, 위생 등이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다. 30년 이상인 건물은 80% 이상이다.
최근 민간 주도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주민 이주대책 등 문제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 개발을 통해 기존 주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은 주거면적이 5.44평(18㎡)가량으로 넓어지고, 임대료도 월 3만 7천 원(보증금 183만 원)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개발 규모는 공공주택 1450호(임대 1250호, 분양 200호)와 민간분양주택 960호 등 전체 2410호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행정·재정 지원을 맡는다.
특히 민간분양주택은 '40층 고밀개발'도 가능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협의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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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先) 이주대책으로 '내몰림' 없이앞선 쪽방촌 개발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존 주민을 위한 '선(先) 이주대책'도 포함된다.
당국은 이 때문에 단지를 구분해 순차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먼저 사업지구 내 게스트하우스나 공원 내 모듈러주택 등을 활용해 임시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이 들어설 지역의 건물을 철거하면 이 곳에 살던 기존 거주민(150여 명)이 이러한 임시 단지로 간다.
해당 구역에 살던 쪽방이 아닌 일반 주택 거주자(100여 세대) 중 희망 세대는 인근의 전세·매입임대주택을 임시 거주지로 쓸 수 있도록 한다.
공공주택단지가 조성되면 이들은 다시 이곳에 입주할 수 있다.
이어 나머지 민간분양주택을 포함한 부지 공사가 진행되면, 이곳에 거주하던 이들은 앞서 조성된 공공주택단지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공주택부지의 공공임대주택 1250호는 쪽방촌 주민에게, 공공분양주택 200호는 일반 주민과 토지 소유주 중 일부 우선공급권 가진 이들에게 돌아간다.
지구 내로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에게는 토지 용도와 거래 사례 등을 고려해 정당 보상을 하고, 기존 상인들에게는 영업 보상과 주택단지 내 상가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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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개발도 민관 협력 통하면 가능하다"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이번 쪽방촌 사업은 주민 동의율과 무관하게 긴급하게 필요한 지역을 대상으로 정부가 지정할 수 있는 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주택지구 사업으로 추진된다"며 전날 발표된 2·4 주택 공급 방안과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계획을 비롯해) 앞선 영등포·대전·부산(좌천지구) 쪽방 사업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개발도 민관과 지자체가 협력하면 가능해진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어제 발표한 대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개발 사업은 '도시재생 뉴딜사업'과도 연계된다.
쪽방 주민이 거주하는 공공임대단지에는 자활상담 등을 지원하는 복지시설을 설치하고, 공공주택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 도서관, 주민카페 등 편의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상가 내몰림을 막기 위해 공공주택 단지 내에는 '상생협력상가'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공공이 청년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지역 내에서 저렴한 임대료(감정가 80%)에 내놓는 상업용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