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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애니 장인' 괴롭히던 '스트레스', 작품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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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인터뷰 ①
현대인의 불치병 스트레스, 불괴물로 재탄생하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트리플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어느 날 도심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불괴물이 나타나 대한민국을 집어삼켰다. 말 그대로 화르륵 타오르는 불길을 닮은 괴물을 만든 건 바로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만원 버스와 직장 내 압박도 모자라 불괴물이 회사를 덮치며 졸지에 백수가 된 짱돌. 여기저기 새 일자리를 찾기 위해 다니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고박사가 여차저차 음료 '스트레스 제로'를 만들고, 이 음료가 불괴물 퇴치 수단임을 알게 된다. 짱돌은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장에서 불괴물로부터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고자 한다.

스트레스가 괴물이 되고, 평범한 직장인이 백수에서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기발한 스토리를 지닌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을 최근 온라인을 통해 만났다. 이 감독으로부터 불괴물의 시작과 '스트레스 제로' 제작 과정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포스터. 트리플픽쳐스 제공

 

◇ 3년 반의 시간이 맺은 결실

이 감독은 "3년 반 동안 만들었다"며 "솔직히 오리지널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개봉하기란 쉽지 않은데, 개봉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꿈을 잊고 사는 이 시대 현대인들을 자극하는 고등어 판 '쇼생크 탈출'이라 불린 '파닥파닥' 이 감독은 9년 만에 '스트레스 제로'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스트레스 괴물을 물리치는 평범한 히어로 이야기다.

일명 '제로 히어로즈'는 절친 3인방 짱돌, 고박사, 타조로 구성된 팀이다. 어쩐지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별명을 가진 이들은 '아저씨'다. 두 아들의 아빠인 직장인 짱돌, 푸드 트럭 사장 고박사, 퀵 배달을 하는 타조는 고박사가 발명한 음료 스트레스 제로를 이용해 불괴물을 맞서 싸우게 된다.

'스트레스 제로'는 꿈을 잊은 어른에 관한 이야기이자 영웅에 대한 환상을 가진 어린이를 즐겁게 해줄 작품이다. '파닥파닥'과 다른 점이라면, 전작은 어린이들을 충격에 빠트렸지만 '스트레스 제로'는 환호로 이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 스트레스, 괴물로 재탄생하다

스트레스를 먹고 커져 버린 거대 불괴물에 맞선 슈퍼 대디 히어로의 시작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구석진 마음에서 끄집어내 스크린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만든 건 이 감독이 가진 애니메이터로서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파닥파닥'이 흥행에 실패하고 우울한 시기가 있었어요. 막 부수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런 스트레스를 속으로만 갖고 있을 게 아니라 영화화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제가 아이가 셋인데, 어느 날 아이가 놀다가 '아아아앙' 하면서 자지러지는 모습을 보니 불이 타오르는 것 같더라고요. 평상시 갖고 있던 스트레스에 대한 발상과 맞아떨어지면서 이걸 영화화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스트레스가 외부로 표출되는 모습이 불길이 이는 모습과 닮았다고 봤다. 어린 딸이 이 감독에게 준 영감이 스트레스 괴물에 대한 아이디어로 본격화됐고, 여기에 에너지 음료가 인기를 얻던 당시 상황이 겹쳐지며 스토리를 구체화해 나갔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하늘 아래 인간만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닐 테다. 스트레스는 종을 가리지 않고 괴물로 만든다. 영화 중간 등장하는 귀여운 강아지 불괴물이 바로 그 예다. 이는 괴물이 너무 무섭지 않게끔, 괴물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게끔 넣은 나름의 장치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불괴물이 아무래도 괴물이다 보니 무서울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이 2개로 나눠진다"며 "하나는 부정적인 느낌의 준수가 바뀌는 뾰족한 괴물이고, 나머지는 올록볼록하니 슬라임이나 젤리 같은 느낌의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데 불괴물의 시작이 우는 딸아이에게서 시작된 거라 둥글둥글한 디자인으로 해서 아이들이 볼 때도 너무 무섭지 않게 하려고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불괴물의 표현 방식에 대해 이 감독은 "자기검열일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파닥파닥' 때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들도 자지러지셨다.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긴 했다"며 "영화적으로 봤을 때 조금 물렁물렁해진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타협한 부분이 있는 대신 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 시퀀스 넘치는 불괴물 퇴치 작전

이번 작품 연출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보다 '재미'다. 이 감독은 "'파닥파닥'은 사실 누가 볼지, 아이들이 울지 생각 안 하고 표현할 수 있는 건 다 한 작품"이라며 "이번에도 아이들이 보기에 힘든 장면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밝은 주제곡을 통해 밸런스를 맞춰가며 너무 어두워질 것 같으면 다시 환기하는 식으로 연출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또 연출할 때 신나게 봤으면 하는 느낌이 있었고, 동적인 느낌을 많이 생각했다"며 "액션이고, 도시를 휘젓고 다니니까 그런 부분에서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스피드가 느껴지게끔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구도라든지 카체이싱을 비롯한 여러 액션 시퀀스 등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떠오르게 만든다. 때로는 공포 스릴러 장르, 크리처물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에서는 장르적인 요소에 있어서도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이 감독은 "어쨌든 액션 영화고, 오락 영화로서 작동해야 하는 만큼 작품성만이 아니라 보면서 스트레스도 풀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부분이 어렵긴 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제공

 

그는 "재난물 같은 느낌도 주려고 했다. 준수가 변한 불괴물이 걸을 때 마치 쓰나미처럼 도시를 휩쓴다"며 "이건 처음에 제가 '욱'하면서 떠올렸던 아이디어다. 부순다기보다 쓸 듯이 스트레스를 쓸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로 탄생한 괴물, 스트레스를 싹 쓸어버리듯이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들이 애니메이션에 생동감과 다양한 표현을 이뤄냈다. 여기에 임채헌, 유동균, 김승태, 김사라, 김영진, 전숙경, 임주현 등 전문 성우들이 참여해 스크린 속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파닥파닥'이 아이들에게 '매운맛'을 알려줬다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한 '스트레스 제로'는 톡톡 터지는 청량감을 알려준다.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트리플픽쳐스 제공

 

◇ 애니메이터 이대희 감독은 스트레스도 '애니메이션'으로 푼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스트레스가 다르듯이 불괴물의 모습도, 불괴물이 공격하는 대상도 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영화 속 소소하게 숨겨진 불괴물들의 서로 다른 모습을 살피는 것도 재미 중 하나다.

이 감독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그에게 음료 스트레스 제로처럼 불괴물을 무찌를 만한 자기만의 무기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최근 요가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역시 그만의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자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방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그에게 최적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애니메이션'이다.

"모순적일 수 있는데요.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또 풀리기도 해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아요.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흥행이나 돈 버는 것보다 일하는 자체를 많이 즐기고 있어요. 원하는 신이 재밌게 나오거나 브레인스토밍이 잘 돼서 합이 맞을 때면 집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죠."(웃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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