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할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의혹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자료 삭제' 사건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언론에 공개된 뒤 야당 의혹제기와 정부·여당 반박이 거듭되며 쟁점이 가열하는 모습이다.
◇논란 진화하려 여권 전체 가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렇게 밝혀, 해당 의혹에 관한 여권 시각을 대변했다.
이 대표는 이어 "삭제된 산업통상자원부 보고서 서문에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며 "보고서의 마무리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인 추진방안 도출이 한계라고 적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는 '원전'이라는 단어나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는 통일부 발표를 덧붙였다.
커지는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여권에선 상황 설명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이 대표를 비롯해 당시 정부나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특히 눈에 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던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신경제 구상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경우 어떤 식으로 경제적인 발전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이 들어가 있었다"며 "에너지 협력 차원에서 수력이나 화력은 들어가 있을 수 있으나 원전은 포함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윤건영 의원 또한 YTN 라디오에서 "정상회담 과정에서 원전을 지어주겠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원전의 '원' 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권에서는 북한 원전건설 추진방안을 검토한 건 산업부 말단 공무원 차원의 아이디어에 불과했을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김경협 의원은 뉴스쇼에서 "공소장 목록에 있는 한글문서 <북한 원전건설 추진방안> 파일명에는 V1.1, V1.2라고 붙어 있다"며 "이게 무슨 얘기냐면 그 부처의 사무관이나 주무관에서 처음으로 기안 단계인 문서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야당의 의혹 제기가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세용 색깔론이라는 반박에는, 사실상 여권 전체가 가세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TBS 라디오에서 정치인 개인 의견을 전제로 "'선거 때문에 저러나'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야당 쪽에서 실제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북풍이라든가 좌파, 좌익, 이런 표현들을 종종 쓰면서 공세를 강화했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문 대통령 직접 나서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반면 보수야권에서는 고삐를 더 바짝 쥘 태세다.
국민의힘 중진의원 회동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이 사건 국정조사 요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중진 의원님들은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목소리로 내주셨다"고 전했다.
같은 당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시키지도 않았는데 과장급 공무원이 북한 원전 아이디어를 냈다는 건 궤변"이라며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니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이 도대체 무엇을 북한에 넘겨주려 한 것인지 더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발뺌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더 깊은 혼란 전에 문 대통령은 북한 원전 지시경위를 비롯한 '미스터리 문건' 진행의 실체를 알려 결자해지를 해달라"고 밝혔다.
뉴스쇼에 출연한 김기현 의원 역시 "실무 차원의 검토라면 문서를 제출하고 설명하면 될 텐데 처음부터 거짓말에다가 덮어씌우기 시작했다"며 산자부 문건과 USB 공개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외교 자료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지만, 청와대에서 공개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윤영찬 의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