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일 입은 옷에 혈흔이 묻었다. 피해자 측 제공
최근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의 30개월 자녀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버지의 흉기 피습 상황을 목격한 뒤 대소변을 못 가리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 오후 5시쯤 서울 금천구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 30대 피해자가 쓰레기통에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던 50대 남성을 제지하다 시작됐다.
당시 50대 남성은 자신의 행동을 말리던 피해자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현장에는 피해자의 30개월 된 아들과 부인도 있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직업이 요리사인 피해자는 얼굴과 어깨, 팔 등에 상처를 입었는데 특히 턱 부위를 심하게 찔려 '미각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당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은 "턱이 관통당하기 직전이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2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옷을 벗고 소변을 보고 있어 제지했더니 들고 있던 여러 봉투 가운데 하나에서 과도를 꺼내 얼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면서 "치료비는 현재 국가에서 어느 정도 지원 받고 있지만, 이후 생계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는 마트에 물건을 사러 온 사람도 아니었다. 현장엔 마트 보안인력 등도 없어 1분 정도 몸싸움을 벌여야만 했다"며 "치과에서 전치 3주, 이비인후과에서 전치 2주, 정형외과에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건 현장에 보안 인력이나 CCTV 등이 없어 더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지만, 마트 측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마트 측은 "정규직 전환 문제 등 인력 배치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피습을 지켜본 아이는 종종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는 사건 직후 당시 상황을 "아저씨가 아빠를 깨물었다"고 말했는데, 이후 엄마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들어보면 아이는 "아저씨가 무섭다. 아빠에게 '사랑해요'를 했다"고 말한다.
아이가 아빠의 흉기 피습을 '사랑해요 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엄마가 아이의 트라우마를 확인하고, 공포에 사로잡힌 아이를 위해 당시 상황을 '사랑해요 해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남편은 병원으로 가고) 사고 직후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맡기고 응급실로 가려고 하는데, 옷을 벗던 아이가 '아저씨가 아빠를 앙 깨물었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아저씨가 '사랑한다고 해준거야, 잘했다고 해준거야'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이후 마트를 다녀온 어느날 저녁,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아이가 '나가자'고 난리를 쳤다. '아까 지하주차장에서 무서웠구나'라고 말을 건네니 아이가 '아저씨가 아빠 사랑해 하는 게 무서웠다. 지하 1층'이라고 말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 옆에만 붙어있고, 교실에도 안 들어가려고 한다"면서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그 이후로 이틀간 대소변을 실수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화장실도 잘 안 간다"고 밝혔다.
아이의 아버지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