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손가락 열개만 들고 오시면 됩니다"이른 아침 열리는 청와대 일일상황점검회의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회의에 맨손으로 와도 된다는 주문은 '번문욕례'(繁文縟禮)를 줄이려는 유 실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문서는 줄이고 보다 열린 소통을 하자는 뜻이다.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 등에 매달리느라 현안 대응이 늦어지거나 내부 토론을 건너뛰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유 실장은 점검회의가 끝난 뒤 비서실장과 소수 참모들만 따로 모이는 속칭 '골방회의'도 없앴다. 점검회의가 끝나고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티타임으로 이어져 회의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간 회의가 사라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 현안에 대한 기조를 그때그때 정하게 됐다"면서 "의사결정이 보다 투명해지고 신속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청와대 회의를 바꾸며 내부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부의 여론 수렴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슈에 대해 청와대가 기동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참모들에게 여러차례 주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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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문 대통령이 경제인 출신의 유 실장을 발탁한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하고, 전국민 백신 무료접종을 발표하는 등 민생 이슈에 집중했다.
유 실장이 취임한 뒤 보름도 안 돼 회의 형식을 바꾼 것도, 정체된 청와대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국정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현재의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지율이) 신경이 쓰이는 정도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응원을 더 받아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정권은 임기 끝까지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경제 회복, 격차해소 등 막중한 임무를 가진 만큼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유 실장이 청와대 안팎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