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코로나19 사태로 연애와 출산, 결혼마저 포기하는 이른바 '3포 세대'가 쏟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20~30대 젊은층이 연애를 할 기회조차 줄어든데다 결혼과 출산까지 미루거나 취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경고했다.
한국은행 김민식 차장 등은 30일 발표한 'BOK이슈노트: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혼인·출산 관련 제반 여건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가해짐에 따라 최근 급속하게 진행돼 온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9월 중 혼인 건수는 전년 동기와 견줘 12%(1만 6천건) 감소했다. 김민식 한은 조사국 차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주로 예식장 내 감염 공포로 인한 결혼식 취소·연기 사례가 많았으나 점차 고용 및 소득 여건 불안정이 혼인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해 3~11월 취업자수 증감을 보면 20~30대가 36만8000명 줄어 전 연령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임신 건수도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임산부의 병원진료비 지원을 위한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가 4~8월 중 13만 7천건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6.7% 줄었다.
'비대면 생활방식'이 확산되면서 결혼관 자체도 부정적으로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생활방식이 20~30대 남녀 간 초기 관계 형성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생활 방식 확산, 경쟁 환경 심화 등으로 긍정적 결혼관이 더욱 축소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출산에 미칠 영향은 올해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를 고려했을 때 2022년까지 적어도 2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출산 계획과 연령에도 코로나19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살(2019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30.6살) 중 가장 높다. 현재도 출산 연령이 높은데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출산 연기가 영구적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출산 적령기를 놓칠 경우 자녀 계획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백신 접종 효과로 코로나 종식이 가까워진다면 일시적인 결혼·출산 유예가 풀리면서 출산율은 시차를 두고 일정 부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재난이 종식된 이후 통상적으로 출산율이 급반등하는 베이비붐 현상은 이번엔 그 정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굳어진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기 어려운데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젊은층이 출산보다는 '생존'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진은 통계청이 지난해 장래인구특별추게상 저위(비관) 추계 시나리오에서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더 밑돌 수도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0명대(0.98명)에 접어든 뒤 올해 3분기에는 0.84명으로 하락했다. 연구진은 "저출산·고령화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면서 향후 성장과 재정 부문의 위험 요인으로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저출산 심화는 시차를 두고 생산가능인구의 본격적 감소로 이어지고, 이들이 출산 적령기에 이르게 될 2045년 이후에는 2차 저출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올해 15.7%로 OECD 평균(17.9%)보다는 낮지만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이 세계 1위인 일본을 앞지르는 시점은 당초 2045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우리나라 출산율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다 청년층 인구 비중도 일본보다 더 높아 코로나19의 혼인·출산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