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NS 캡처
"내 친구의 아버지, 내 이웃의 가족, 내 친구의 동생 그리고 또 나일지도 모르는 노동자의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우리 가족을 위한, 내 아이를 위한 법이다."시민들이 원청 기업의 산재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나섰다.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산재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이란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 1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온라인 릴레이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되기 전(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연대하자는 취지다.
'#매일7명이퇴근하지못하는나라' '#산재사망연간2400명'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퇴근 사진을 SNS에 올리면 된다.
시민들은 지하철에서, 버스 정거장 앞에서 혹은 집으로 향하는 골목에서 퇴근길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 시민은 "산재 피해자 가족들이 이 한파에 단식까지 하게 만드는 국회, 도대체 뭐하고 있나요"라고 꼬집으며 본인의 퇴근길 사진을 게재했다.
이외에도 "하루에 7명이 산재 사망사고로 퇴근하지 못하는 나라.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퇴근길을 지키기 위해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 "집에 가고 있습니다, 무사히. '다녀왔습니다'가 당연한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매일매일을 성실히 채워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기업도, 정부도, 국회도 존재하는 것" 등의 글과 함께 시민들의 퇴근길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캠페인에 동참한 간호사 A씨는 "아파트 공사 중 추락사고로 사망하신 세 분의 처참한 시신을 목격한 적 있다"며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출근한 노동자가 더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을 끝내야 한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미루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홈페이지 캡처
엄마들은 퇴근길 사진 대신 아이들의 신발 사진과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OOO(아이 이름)법입니다'라는 글을 공유하고 나섰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통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란 생각에서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사무국장은 딸 두리양의 신발 인증샷을 공유하며 "중대재해법은 정두리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목숨만 하찮게 여기는 사회는 없다"며 "두리도 언젠가 노동자가 될 것이다. 두리의 안전한 삶을 위해 중대재해법을 원한다. 다시는 떠난 이들의 이름을 딴 법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다른 엄마들도 "산재 사망으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신발을 생각하니 슬프고 분노스럽다. 중대재해법은 우리 가족을 위한, 내 아이를 위한 법이다", "중대재해법을 지지한다. 내 아이가 커서 우리 앞에 놓여질 현실"이라며 아이들의 신발 사진을 게재했다.
한편 정부는 중대재해법 적용 시기를 사업장 규모에 따라 3단계로 나누고, 국회에 제출된 법안보다 처벌을 완화하자는 의견을 28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이 같은 정부 의견을 토대로 29일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중대재해법 심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원안과 비교할 때 처벌 수위 등이 한층 낮아진 것이어서 노동자 안전 및 생명권 보호라는 법안 취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