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한국경제는 전에 없던 위기에 봉착했다. 마이너스 성장률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하는가 하면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반면, 최악의 실물경제와 달리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얘기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극과극의 상황이 공존하는 코로나19 사태 속 2020년 한국경제를 되돌아 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부동산대책이 이번 정부에서 20차례 넘게 나왔다는 지적에 대해) 언론이 온갖 정책을 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카운트해서 만들어낸 숫자일 뿐, 실제로는 4번째에 불과하다."(지난 6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올해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지난 4년여 간 수차례나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관해 급기야는 '횟수'를 두고 갑론을박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가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얼어붙게 만든 가운데 '안전자산' 부동산시장은 가격 활황세를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들끓는 시장, 대출 등 수요 규제로 대응
지난 6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6.17 부동산 대책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지난 6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 이른바 6‧17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 매매·임대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지역이나 법인·개인 사업자 여부 등에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전세 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들이면 대출을 즉시 회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전에 주택 매매·임대사업자는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20~50%에 달했고, 비규제지역에는 아예 LTV 관련 규제가 없었다.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한다거나,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분양 신청 전까지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점도 명시했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의 주택 거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했고,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선 자금 조달 증빙 자료도 추가로 내도록 했다.
주택 매입 자금에 관한 대출을 조이고, 공급 자체도 실수요‧실거주자 위주로 편성한다는 구상이었다.
◇'68주 연속' 전세 상승세와 맞물린 전세대책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값이 지난 8월 2년만에 5천만원 가까이 올랐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즉각적인 실수요 외 매매는 자제하라"는 취지의 이 같은 부동산 대책은 전·월세 시장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사업지 조합원 분양권을 2년 이상 실거주한 때에만 부여한다거나, 갭투자로 연결되는 '빚 내서 집 사기'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주택 수요를 매매에서 임차로 바꾸는 촉매역할을 했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전세가격 상승세가 시작된 상황에서 올해 전세대책이 추진되면서 부동산시장, 특히 전월세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여당이 지난 7월 30일 법을 통과시키면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2+2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5%)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2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지난달 전‧월세 갱신율이 70.3%에 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질 좋은' 전세 매물이 줄어들거나 값이 오르는 상황을 초래해 예비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한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주장과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맞물리며 소유한 집을 팔지도 못한 채 전셋집을 비워야 했던 홍 부총리 역시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나서면서 전세난 현실을 인정한 상황이다.
◇사고파는 것도, 보유하는 것도…부동산 세 부담 ↑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강화한 것 역시 올해 주요 부동산 대책 가운데 하나였다. 부동산 취득세와 보유세, 거래세 부담을 3면으로 모두 높인 것이다.
우선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통해서는 다주택자와 법인(일괄) 등의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높이고, 개인의 경우 1주택 취득에는 주택 가액에 따라 1~3%, 2주택의 경우 8%, 3주택 이상의 경우 12%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내년 세법 개정을 통해 △1년 미만 보유주택 양도세율은 기존 40%에서 70%로, 1~2년의 경우 기본세율에서 60%로 상향 △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10%p 인상해 중과세율을 20%p(2주택)~30%p(3주택 이상)로 상향 △ 과세표준 5억 원 초과분에 적용되던 기존 소득세 최고세율은 45%까지 상향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전년 대비 종합부동산세 부담 상한 역시 기존 200%에서 300%로 인상되고, 특히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지역을 불문하고 일괄 6%로 강화하기로 했다. 법인의 주택 종부세액에 대해서는 과표에서 빠지는 기본 공제 6억 원과 세 부담 상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지난달 3일 부동산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90%로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재산세 등 세법과 별도의 부담 상승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용산, 태릉, 과천 등 도심 곳곳 개발‧공급 공언
용산 정비창 부지(사진=연합뉴스)
2017년 취임식에서 "(부동산)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공급부족론'에 반박했던 김현미 장관은 올해 말 "아파트가 2021~2022년에 일시적으로 공급이 줄어드는데, 5년 전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를 취소했기 때문(11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이라고 입장을 서서히 바꿨다.
급기야 정부는 올해 '공공성'을 강조한 주택 공급대책을 내놨다.
우선 지난 5월 6일에는 '수도권 주택 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통해 2022년까지 서울에서 주택 7만 호를 공급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여기에는 용산 정비창 부지에 주택 8천 호(이후 1만 호로 확대)를 짓는 '미니신도시급' 공급을 비롯해 △서울 도심 재개발 단지에 LH·SH 등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 사업 활성화 등으로 4만 호 △공장 이전 부지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1만 5천 호 △국·공유지 등 도심 내 유휴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1만 5천 호 공급 구상이 포함됐다.
이어 이른바 '8‧4 대책'에서는 구체적으로 활용할 국공유지를 짚어 공급 규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태릉골프장 내 군(軍) 부지 1만 호 △용산 캠프킴 3100호 △과천청사 일대 4천 호 △서울지방조달청 1천 호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600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200호 등으로 신규 물량 '13만 2천+α'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핀셋' 동원한 규제화…49개 투기과열지구, 111개 조정대상지역
(그래픽=연합뉴스)
규제지역 추가도 이어졌다. 국토부는 지난 2월 20일 경기 수원 권선‧영통‧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를 새로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조정대상지역의 대출 등 규제 수위도 한층 높였다.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에는 50%로,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분에 대해 30%로 조정된 것이다.
이어 6‧17 대책에서는 인천 연수‧남동‧서구와 경기 성남 수정,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동탄2, 대전 동‧중‧서‧유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그밖에 인천(강화‧옹진 제외)과 경기 대부분의 지역, 대전, 청주 일부 지역(동 지역, 오창‧오송읍)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됐다.
지난달 19일에는 경기 김포시(통진읍, 월곶‧하성‧대곶면 제외),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 수성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이어 이번달 17일에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부산 9곳, 대구 7곳, 광주 5곳, 울산 2곳, 파주·천안·전주·창원·포항 등 36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결과적으로 '동 단위 핀셋 규제'까지 적용된 투기과열지구는 현재 49개, 조정대상지역은 111개에 이르는 상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집값은 '걱정 반, 기대 반' 불안 섞인 상승 계속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겹겹이 쌓인 규제가 무색하도록 시장은 '백약이 무효'라고 정색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지수(기준 월 2017년 11월=100)는 지난해 12월 100.9에서 지난달 기준 105.3이다. 아파트의 경우 같은 지수가 98.7에서 104.8로 올랐다. 이번달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동안 0.29% 올라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95.3에서 지난 8월 98.3, 9월 99.1, 10월 99.8, 지난달 100.8로 오름세를 계속했다. 이번달 셋째 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0.30% 올라 전 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68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유동성 공급은 '안전한 부동산시장'으로…내년도 안정은 '글쎄'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는 이런 상황에 오히려 불을 지핀 격이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동산시장과 연결된 금융 부문의 문제(서브프라임모기지 등)가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진 것이라면 현재는 문제의 출발점이 부동산 시장이기보단 코로나19 자체"라고 설명했다.
경기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유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은 같지만, 현재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유인은 오히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기에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는 공급 제한과 관련 지어 해석할 만한 부동산 정책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김규정 자산승계연구소장 역시 '백약이 무효했던' 지난 1년에 대해 "대출 규제와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보유세‧거래세 등을 강화하면서 올해도 주택 가격을 하향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들이 계속 나온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4분기 현재 주택 가격은 매매와 전세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대책 강도는 높았지만, 풍선효과와 전세 불안을 막지 못하고 가격 하락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내년에도 안정 기대감은 크지 않다는 예측도 이어진다. 성 교수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현재 정책 기조에 따르면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제한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본격적으로 공급 확대 정책이 시작됐지만 적어도 3~5년 후부터 입주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조세 부담 상승으로 인한 상반기 다주택자 매물 출시 기대도 있었지만, 양도세 부담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내다봤다. 수도권 3기신도시 토지보상금 등은 오히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진정된다면 당장 내년은 아니더라도 소폭의 금리 인상과 유동성 정상화를 위한 긴축 등이 시작될 수 있는 데다 이후 정부의 공급 확대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며 "작은 조정에도 크게 타격을 입을 정도의 무리한 부채를 지고 주택을 매수하는 건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