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11개월 전인 올해 1월 20일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했다. 누적 확진자는 5만여명을 돌파하며 언제 끝날지 모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공장이 멈추고 집 앞 상가의 문은 닫혔다. 가족과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게 될까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가장 큰 규모이자 장기적인 유행'이 될 것이라는 '3차 대유행' 위기 속 2020년을 돌아봤다.[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저희가 딱 미개봉 중고품이죠."미개봉 중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흔히 쓰는 말로 중고품이지만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최근 사람을 수식할 때도 쓴다. 바로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새내기'들의 자조섞인 한탄이다.
한양대 1학년 이아현(19)씨는 "설레는 대학생활을 꿈꿨지만 입학식, 엠티(MT), 축제 어느 하나도 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 대학은 한 해 동안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중간·기말고사 기간을 제외하면 학교조차 가지 않고 1학년을 마쳤다.
◇무너진 새내기 낭만…"꿈꾸던 대학생활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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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들은 처음부터 일상을 뺏겼다. 연초 새터(새내기배움터)나 예비대학 일정이 취소되더니 입학식까지 없던 일이 됐다. 1년이 지났지만 선배는 물론, 동기들조차 직접 만나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20학번들은 그야말로 '랜선 친구'다.
대학생활의 꽃인 동아리나 학회 활동은 먼나라 이야기다. 선배나 동기 권유로 가입했더라도 줌(ZOOM)이나 카카오톡 등 온라인 활동만 하다보니 소속감도 즐거움도 크지 않다. 건국대 1학년 이태희(19)씨는 "사진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한 번도 선배들을 만난 적은 없다. 서로 찍은 사진만 카톡으로 올리는 게 전부"라면서 "이런 대학생활이라면 군에 입대할 걸 그랬다는 말을 친구들끼리 자주 한다"고 했다.
집에만 있는 답답함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잖다. 명지대 1학년 김모(19)씨는 "아는 사람도 없고 온라인 수업만 듣다보니 차라리 다시 수능을 볼까 생각도 했다"며 "공부를 하든 영화를 보든 운동을 하든 시시때때로 오는 우울감이 그닥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0학번들 "등록금 아깝다…내년 신입생 맞이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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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은 비대면 온라인 강의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낮은 편이었다. 건축학과에 다니는 이씨는 전공수업이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짚으면서 "온라인 강의라지만 사실 인강(인터넷강의)을 보는 기분이다. 실습이나 과제도 생각만큼 못 해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몇달 뒤 새내기를 맞이하는 '옛 새내기' 심정은 어떨까. 한국외대 1학년 박모(19)씨는 "'있었는데 없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며 "학생식당 밥을 먹은 기억도 없고 교내 헬스장이나 동아리방이 어딘 지도 모른다. 후배한테 알려줄 학교 앞 숨은 맛집도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에 다니는 이씨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21학번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학교를 다니게 될 것 같다"라며 "피차 모르니 같이 하나씩 배워가면 될 것 같다"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