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사진=황진환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개월의 정직 징계가 시작된 당일 소송을 제기하며 불복 절차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징계가 확정됐고, 징계청구권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예고한 대로 '징계 부당성'을 앞세워 정면 돌파하는 모양새다.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은 17일 밤 9시20분쯤 정직 징계 처분의 효력을 일단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소장은 직무배제 명령 당시와 마찬가지로 전자소송으로 제출했다.
불복 소송의 배경으로는 징계 심의 절차의 위법성와 징계 사유의 부당성을 내세웠다. 윤 총장 측은 "징계청구 이후 신규 위촉된 위원으로 하여금 법무부 장관이 징계청구한 검찰총장의 징계 심의에 관여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정을 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의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예비위원으로 하여금 직무를 대리하도록 하여 7명의 위원 구성을 하는 것이 실직적 적법 절차에 부합한다"며 "결과적으로 공정성이 우려되는 위원 3명으로 징계를 의결했다. 예비위원이 보충됐다면 3명으로 의결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징계의 주요 사유가 된 '재판부 문석 문건'에 대해서는 "증거 없이 독단적인 추측으로 징계했다"고 반박했다.
다른 징계 사유인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를 두고는 "감찰 방해는 검찰의 지휘감독관계를 오해한 감찰부장의 일방적 주장으로 진상 확인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접수돼 중앙지검에서 수사하도록 지휘하였는 바, 방해 당할 감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범죄 성립 여부와 관련해 검찰 내 이견이 있어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 전문수사자문단에 (채널A 사건을) 회부한 것은 정당한 지시"라고 해명했다.
'정치적 중립성 위반' 사안에는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금지 행위나 의무를 위반한 행위를 한 일이 없다"며 "여론조시기관이 행하는 조사를 근거로 징계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추매애 법무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
이어 윤 총장 측은 정직 처분으로 헌법상 법치주의 원리와 임기제로 보장하고자 하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이 훼손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해 징계 효력의 일시 정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여기에 2개월의 검찰총장 부재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등 중요사건의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았다.
이번 소송의 상대는 표면상으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윤 총장 측은 '대통령 처분의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 소속 장관을 피고로 한다'는 국가공무원법 16조2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의 정직 처분이 소송 대상이지만, 그 상대만 추 장관으로 적시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윤 총장 측은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소송이니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라며 "기본 입장은 헌법과 법치주의 훼손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 측은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가 강조되는 상황에는 "여권에서 말하는 건 정치적인 것으로,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여권 일각에서 윤 총장의 행보를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라는 취지로 비판하자 '헌법과 법률'을 앞세워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추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서도 윤 총장 측은 "(사의 표명과) 관계없이 소송 절차는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의 퇴진 의사가 윤 총장의 동반사퇴론으로 번지는 양상에도 '끝까지 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 총장의 법적 대응은 문 대통령의 재가로 징계가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 16일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정직 2개월' 결론이 나오자 추 장관은 오후 5시쯤 문 대통령을 찾아 징계를 제청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징계통지서는 같은날 오후 8시30분쯤 법무부 직원을 통해 윤 총장 측에 전달됐다. 이로써 윤 총장은 17일 0시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앞서 추 장관의 직무배제 처분 당시에는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직무정지 효력이 지속될 경우 사실상 해임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초래되며, 이는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검찰총장 임기제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이번에도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에 일단 '효력 정지' 결론을 내렸다가, 향후 소송에서 징계 타당성이 입증될 경우 법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같은 점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래픽=김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