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호소문(사진=독자 제공)
부산지역 출산·보육 행정을 총괄하는 부산시 여성가족국이 일선 어린이집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며 긴급 보육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송해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부산지역 보육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부산시는 '어린이집 재원아동 부모님과 보육교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글을 공문과 함께 어린이집에 발송했다.
부산시 여성가족국장이 보낸 이 호소문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가급적 긴급보육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는 호소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린이집 운영에서는 3단계에 준하는 어린이집 휴원에도 불구하고 긴급 보육을 이용하는 아동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라며 "동거가족이나 지인과 접촉을 통한 확진 등으로 어린이집이 일시 폐쇄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확산세를 막아내지 못하면 지금보다 더한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될 수도 있다"라며 "가급적이면 긴급 보육 이용을 자제하고 가정 안과 밖에서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라고 당부했다.
부산시는 코로나 확산에 따라 지난 3일부터 1천781개 지역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을 내렸지만, 맞벌이 가정 등을 위한 긴급보육은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사진=박종민 기자)
호소문을 받아든 학부모들은 코로나 위협으로 가뜩이나 보육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용하는 긴급 보육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안전한 보육 환경을 조성하고 부모를 도와야 할 부서가 오히려 긴급 보육을 이용하는 부모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성토도 잇따랐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A(36)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긴급보육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를 맡길 때마다 아이는 물론 어린이집에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시가 직접 긴급 보육을 자제해달라고 말하는 건 아이 키우는 부모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축시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 B(37)씨는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린이집 보육, 특히 긴급 보육은 꼭 필요한 제도라는 걸 알게 된다"라며 "긴급 보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아이는 누구한테 맡기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맘카페 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보내는 엄마 마음도 무겁다. 대안이라도 마련해달라", "엄마, 아빠가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는 어디에 맡겨야 하나?" 등 부산시를 비판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또 부산시 등에도 호소문의 의도와 취지를 묻거나 불만을 전하는 민원 번화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청(사진=자료사진)
이에 대해 부산시는 맞벌이 부부 등 긴급 보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가정 보육이 가능한 경우에도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있어 이를 자제 해달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시 여성가족국 관계자는 "개인과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고, 맞벌이 등 긴급 보육이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라며 "다만 코로나 사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가정 보육이 가능할 경우에는 긴급 보육은 자제해 달라는 협조 요청이 오해를 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가족국은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사람이 모이는 어린이집보다 감염 위험성이 낮은 가정 보육이 아이들 안전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