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통과된 것과 관련 "신속한 출범의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의 특수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권력 기간 사이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며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수처 설치 이유와 기능을 생각하면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하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늦었지만 이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감회가 매우 깊다"면서 "공수처장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에 공수처 설치법이 통과됐지만,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으로 출범이 지연돼 왔다. 이에 여당은 야당의 거부권을 없애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정회된 후 대화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5분의 3'(5명)으로 완화시켰다.
한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날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데 대해 청와대는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었던 것"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정 상설협의체 채널이 복원돼 있고 대통령은 최재성 정무수석 통해 김종인 위원장과 대표 회담 등 여러차례 제안했다"며 "그때는 거부하더니 어제는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대통령을 비난하고 면담을 요청하고 문자메시지로 날짜까지 정해서 답을 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야당이 보내온 질의서들을 "규탄성명이나 마찬가지"라며 "질의서 정치를 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정당 간에 풀어야할 문제를 무리하게 대통령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주 원내대표의 요청은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진정성 있는 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무라인의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입법 사기로 대표되는 법치·의회·민주주의 파괴에는 문 대통령이 있다"며 면담 요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