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 추락사 故심장선씨 아들 "구호조치 없어…사고경위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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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화력발전소서 추락해 숨진 화물운송기사
유족 "많은 피 흘리고 있는데…사고 후 방치"
"운전기사가 상·하차까지"…하청 구조 지적

(사진=연합뉴스)

 

"오늘 사고 현장 방문과 CCTV 열람을 통해 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셨는지 새삼 확인하게 됐고, 사고 경위 또한 얼마나 조작됐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추락해 숨진 화물노동자 고(故) 심장선(51)씨의 아들은 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화물운송기사인 심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시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석탄회(석탄재)를 차에 싣는 작업을 하던 중 3.5m 아래로 추락했다. 이후 심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았지만 결국 오후 2시 44분쯤 사망했다.

심씨 아들을 비롯한 유족들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사건 발생 후 심씨가 방치됐으며, 발전소 측이 신고 시간을 조작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씨는 대학생, 고등학생 두 아들을 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심씨의 대학생 아들은 "사건 발생 후 제대로 된 구호조치 없이 바닥에 많은 피를 흘리며 생명을 잃어가던 아버지를 방치했다"며 "골든타임에 관리감독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력발전소 측에서 설명해 준 구호 조치에 대한 브리핑과 실제 (CCTV) 영상은 큰 차이가 있었다"며 "우리 가족이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나갔으면 아버지 입관과 발인이 시작됐을 것이다. 아버지의 억울함이 우리 가족 모두의 한이 되어서 아버지가 편히 못 가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흥화력발전소 측은 이들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제어실 근무자가 최초 발견했다', '제어실 근무자가 현장에 도착해 119에 신고한 뒤 119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유족 측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최초 발견은 제어실 근무자가 아닌 지나가던 다른 운전자였고, 119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화물연대본부 조성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CCTV 영상 확인 결과 원래 현장에는 의자가 있었지만, 이후 우리가 갔을 때는 의자가 치워져 있었다. 영상에는 엄청난 혈흔이 있는데 이 또한 남아 있지 않았고, 평소 작업으로 분진이 엄청 많이 날리는데 이미 깨끗해져 있었다"며 "현장이 훼손됐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탱크로리 위는 미세한 먼지 때문에 매우 미끄럽다. 노동자가 조금만 잘못해도 충분히 미끄러 질 수 있다"며 "(고 김용균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진) 서부발전처럼 남동발전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발전소 측이 '다단계 하청' 구조를 통해 위험한 일은 하청노동자에게 떠맡기고 있다며, 화물 운송만 맡게 돼 있는 운송기사가 상·하차 업무까지 떠밀려 하다가 이 같은 사고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흥화력발전소는 다 쓴 석탄재를 처리하는 회처리 공정을 '금화PSC' 업체에 맡겼고, 이 업체는 '고려FA'라는 운송업체에 해당 석탄재 운송 업무를 위탁했다. 심씨는 고려FA 소속 기사였다.

이들은 "화물운송 업무만 맡은 운송기사에게 상·하차 업무까지 하도록 지시했다"라며 "석탄재 처리와 관련한 계약은 영흥화력발전소와 고려FA가 했는데, 관리는 또 금화PSC에서 한다. 고려FA는 현장에 아무도 배치하지 않고, 위험한 일은 화물운송 노동자가 전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물운송기사가 처음 금화PSC에 가면 '반출차량 공지사항'이라는 한 장짜리 종이를 준다. 안전교육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거이거 해야 한다'고 공지하는 것 뿐"이라며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하에 영흥화력본부가 노동을 화물노동자에게 시킨 것이다.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영흥화력발전소 및 정부에 △진상규명·책임자처벌·원청의 사과와 유가족 보상 △화물노동자 상·하차 작업 전가 금지 및 상·하차 작업 설비 개선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적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전문]고(故) 심장선씨 아들 입장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28일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안전장치 하나 없이 부당한 일을 하시다가 황망하게 운명을 달리하신 고 심장선님의 아들입니다.

저희 아버지 평소 모습을 좀 말씀드리고 싶어서 얘기 먼저 하겠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한없이 자애롭고 저와 제 동생을 위해서라면 좋아하시던 일들과 하고 싶으셨던 것들, 다 포기하시면서까지 부탁을 들어주시던 배려심 깊던 아버지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현실에 요 며칠 눈 앞이 캄캄한 하루 였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아버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명확한 사고발생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청하기 위해서 입니다.

오늘 사고 현장 방문과 CCTV 열람을 통해 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셨는지 새삼 확인하게 됐고, 사고 경위 또한 얼마나 조작됐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화력발전소 측에서 설명해 준 구호 조치에 대한 브리핑과 실제 영상은 큰 차이가 있었고, 저는 또 한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아버지의 죽음이 정말 억울하고, 아버님과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CCTV 확인 결과 사건 발생 후 제대로 된 구호조치 없이 바닥에 많은 피를 흘리며 생명을 잃어가던 아버지를 방치했다는 것입니다. 사고가 일어나고 골든타임에 관리감독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관내119에서는 현장 출동에 왜 15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어떠한 필요조치를 취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둘째, 아버지의 직업은 운전기사입니다. 제가 아는 한 운전기사란 화물을 문제없이 단단히 묶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운전기사란 물건을 싣고 내리는 일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물건을 안전하게 올리고 내리기 위한 담당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셋째, 열악한 근무환경입니다. 안전띠를 착용하고는 제대로 된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살기 위해 착용했던 안전띠가 죽음의 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안전띠에 다리가 걸려 많은 분들이 상해를 당했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안전띠를 걸기 위한 안전바는 손으로 당겨도 고무줄 마냥 출렁거렸습니다.

이 사실들을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데, 다른 분들이 계속 말씀해주셨습니다. 저희 가족이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나갔으면, 아버지 입관과 발인이 시작됐으면 아버지의 억울함이 제 가족 모두의 한이 되서 아버지가 편히 못 가셨을거 같습니다. 부디 저희 아버지 사건으로 인해서 누가 보아도 현장 안전관리가 확실히 되서 저희 가족한테 일어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사고경위에 대한 설명도 없이, 모든 책임을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고 일한 아버지에게 전가하려는 화력발전소 측의 태도입니다. 진심어린 사과와 유족에 대한 따뜻한 말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드리고 향후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위 분들에게 열심히 도움을 받아 저와 같은 가족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직 혼자 차가운 영안실에 아직도 안치돼 있습니다. 하루빨리 사실이 규명되서 내일이라도 아버지가 억울함이 풀리고 저희 가족 다같이 아버지를 편하게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도록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제 간절한 바램이 꿈이 아닌,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너무 소중한 우리 아빠, 너무 고생만 하셨고 마지막까지 가족 생각하시면서 하시지 않아도 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시다가 사고를 당하셨는데. 아버지 누명 벗겨드리고 난 후에 장례 치렀을 때, 그곳에선 부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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