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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는 빨랐는데 백신은…'국산 코로나 백신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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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숫자 적어 국내 임상3상 불가능
최신 백신 개발 플랫폼 기술·경험·재원도 부족

(사진=연합뉴스)

 

NOCUTBIZ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백명을 넘어서면서 3차 대유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장기화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1,2차 유행 때처럼 방역만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하기도 어려운 국면이다. 일상과 방역을 병행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됐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기업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마지막 임상시험에서 90% 중반대의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화이자는 20일(미국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해외 백신을 한국이 초기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올림픽을 앞둔 일본이 거액을 쏟아 부으며 이들 백신을 경쟁적으로 입도선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백신이라면 확보하는데 유리하지 않을까? 개발만 된다면야 국산 백신 확보를 걱정할 필요도 없겠지만, 문제는 국산 백신 개발이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넥신 정도가 이제 겨우 임상 1상과 부분적인 임상 2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단계에 있다. 임상 3상까지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접종하려면 족히 1년은 걸릴 듯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임상3상 단계의 코로나19 백신이 모두 11개에 이른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4개, 미국이 3개, 영국과 러시아, 벨기에, 인도 등이 각각 1개씩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13명으로 집계된 18일 서울 영등포구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검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산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이 왜 이리 더딜까?

전문가들은 우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적은데 주목한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백신을 개발하려면 임상3상 시험이 필요한데, 이는 확진자가 적어도 3~4만명은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임상3상 시험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코로나19 관련 국내 임상은 26개사에 임상 참가자가 2500명 수준으로 승인됐다. 하지만 실제로 임상 참여자를 계획대로 모집한 곳은 5개사에 450명뿐이었다.

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 자체가 부족해 임상시험 참여가 원활하지 않다"고 전했다.

국내 환자가 부족하면 해외에서 '글로벌 임상시험'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든다. 보통 3~4만명 단위의 임상3상을 하려면 최소한 1천억원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긴급한 시기에 속성으로 임상을 하려면 추가 비용도 든다.

돈만 있으면 되는 것도 아닌게 글로벌 임상이다. 임상시험을 할 적당한 곳을 찾는 노하우도 필요하다. 확진자 수와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현지 의료 기관과 의료인 및 의료 장비의 수준, 현지 임상 준비 상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한국은 글로벌 임상 경험이 없다보니 '임상 사이트'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국내 백신 개발 경험과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기 때문이다. 송만기 사무차장은 "한국이 백신 자립을 선언한 때가 2010년쯤이니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며 "시간과 투자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에는 전통적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백신을 만들고 있다"며 "차세대 백신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을 확립하지 못했고, 그 플랫폼 기술을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임상시험이 안돼 있는 상태라 국내 백신 개발이 늦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백신은 크게 항원인 바이러스 자체를 주입하는 방식과 바이러스의 한 부분이나 그 부분에 해당하는 유전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바이러스 자체를 주입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백신' '생백신' 등이 있다.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주입하면 '사백신'이 되고,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화학처리해 독성을 줄여 사용하면 생백신이 된다. 두 방식은 바이러스를 배양해 정제과정 등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만들기 쉽지만 배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양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병원성 바이러스를 다루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있고, 백신 자체에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들어갈 경우 백신이 오히려 병을 퍼뜨릴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코로나19 백신이 대부분 이 방식을 쓰고 있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플랫폼은 mRNA(메신저RNA)를 이용한다. mRNA는 '단백질 제조 주문서'에 비유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체에 침투할 때 돌기같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한다. 이 단백질이 인체 내 'ACE2'라는 수용체와 결합해야 비로소 감염이 시작된다.

인체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스파이크 단백질로 백신을 만들어 인체에 주입하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바이러스 전체 대신 스파이크 부분만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 '서브유닛(sub unit)' 방식의 백신이다.

그런데 스파이크 단백질 자체가 아니라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mRNA를 주입하면 인체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면역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방식이 바로 mRNA 방식이다.

mRNA 방식은 mRNA를 비교적 안전하게 공장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판데믹 상황에 적합하다. 그러나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기술이라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RNA는 불안정한 구조라서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잘 분해된다. 냉동보관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발중인 제넥신의 'GX-19' 백신은 mRNA가 아니라 DNA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DNA는 RNA에 비해 안정적 구조여서 유통과 보관이 RNA 백신만큼 까다롭지는 않다. 반면 DNA 백신은 인체 내에서 RNA로 전환된 뒤에야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단계가 추가적으로 필요해 '효과' 면에서는 RNA 백신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요한 안동대 생명백신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진 백신은 외국 제약사의 백신 기술을 그대로 국산화한 정도"라며 "국내 백신 제조사들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에는 위험성도 크고 실패 확률도 높아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의료계는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언급되는 백신을 조기에 확보해 코로나 국면을 하루 빨리 종식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들어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화이자나 모더나가 최근 발표한 94~95%의 예방효과는 그야말로 회사의 입장일뿐"이라며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는 논문으로 나와 과학자들의 검증을 거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두 회사는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다른 백신들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며 "백신 효과와 접종, 보관 등을 여러 변수를 고려해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신중하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천만명분을 확보하고, 개별 제약사와 협상해 2천만명분을 내년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안으로 어느 백신을 어떤 방법으로 확보할지를 공개할 방침이다.

화이자나 모더나 등 최근 회자되는 백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은 생산뿐 아니라 안정성 확인을 비롯한 공급체계 준비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EU, 일본은 내년 초반 백신 접종을 희망하지만, 한국은 내년 하반기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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