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해고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동의를 당사자인 경비원에게 맡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1일 대학생이라고 밝힌 광명시 아파트 단지 주민은 단지내 각 동에 경비원 해고 주민수렴 동의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대학생은 "제가 본 것은 경비 아저씨들이 당신들의 고용에 관한 투표를 직접 주민들에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었다"며 "이는 '나를 이곳에서 자르는 데 동의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으로 보였다. 부끄럽고 서명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를 위해 근무하시는 경비 아저씨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어디에 있냐"며 "경비 아저씨들 손으로 직접 주민의 의견을 받는 것이 잔인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용역비 감소가 있었다. 대학생은 글 말미에 "용역비를 감소시킴에 따른 주민들의 안전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과 방안은 있는지 궁금하다"며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 현행 경비 유지라는 방안은 왜 없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실제로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21년도 경비용역비 절감방안에 대한 입주민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경비인력의 휴게 시간을 증가 시켜 용역비를 약 1400만원 가량 감축시키는 1안과 경비인력을 34명에서 20명으로 감원해 매월 약 3천만원 가량의 금액을 감축시키는 2안이 담겼다.
세대당 절감액은 1안의 경우 7천원, 2안의 경우 1만 5천원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내글에는 '용역비를 감축시키는 대신 경비원 공석이 발생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두가지 안 중 한가지로 진행되고 현상 유지를 하는 안은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관리사무실 관계자는 이날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아파트 주민 과반 동의가 있어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입주민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비용 절감인지 모르겠다. 이런 동의서를 경비원한테 직접 받게 한 것은 정말 양심 없는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해당 사건은 온라인커뮤니티에 거론되며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 한 네티즌은 "용역비 한두명 줄이는건 관리비 차이가 얼마 안된다. 차라리 그 돈 지불하고 경비원 도움 받는 게 더 질적으로 좋다"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동의 여부 취지는 공감하지만 너무했다. 인격을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 의견 수렴결과는 근무시간 축소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은 "진짜 서운하다. 우리야 황당하지만 주민들 의결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왈가왈부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경비원 감축안에 '상생' 선택한 아파트 주민들광명시의 아파트와는 정반대로 경비원 감축이 아닌 상생을 선택한 아파트도 있었다.
12일 또 다른 매체에 따르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8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안건으로 입주민 찬반 투표가 실시됐고,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많아 부결됐다.
만약 안건이 통과됐다면 가구당 매월 약 2만원 가량의 관리비가 줄어들 수 있었지만 주민들은 돈보다 사람을 선택했다.
투표에 앞서 한 입주민은 '사람은 비용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게시했다. 이를 본 주민들은 '조금씩 도와 산 사람의 일자리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 일 아닌가요', '함께 삽시다' 등의 글을 붙이며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