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가 승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행보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文대통령 당선 빠진 '축하'…"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문재인 대통령은 8일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 우선 SNS를 통해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며 "나는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당선'이란 단어는 빠졌다. 또 공식 축하 서한 발송을 언제할지도 미지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에 복잡해진 미 정치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또 내년 1월 20일까지 임기기 남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해야하는 우리 외교 당국의 복잡한 심경도 담긴 '축하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미 현안 협의와 미국 대선 이후 동향 파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 전 인터뷰를 하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
◇다시 바빠지는 외교…강경화 장관 방미 중 바이든 측 접촉 주목
일단 청와대와 외교안보라인의 발걸음은 전례없이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혼란스러운 미국 내 정치상황을 살피면서도 정권 교체 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막힘 없는 진전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설득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당장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8일 외교장관회담 차 미국으로 출국했다.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협의뿐 아니라 차기 바이든 행정부 외교 안보라인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두루두루 의회나 학계 쪽 인사들을 좀 많이 만나서 민감한 시기이긴 하지만 한미관계를 더 굳건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바이든 행정부 '깐깐한' 실무진 설득이 관건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미 정권 교체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변함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으로 접근 방식과 방법론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코로나19 사태 등 복잡한 국내 문제부터 해결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통상 대북 정책을 재점검하고 외교 안보라인을 새롭게 구성하는 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경우 선거전 내내 정상간 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트럼프식 '탑다운'식 외교를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북미 협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실무진들의 선에서 보다 완벽하고 깐깐한 조율을 거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 등 우리 외교안보라인도 앞으로 내년 초까지 바이든 행정부 외교 안보라인을 접촉하며, 북한 비핵화 전략 수립 과정에서부터 끈질긴 설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처럼 '전략적 인내'로 빠지지 않고 대북 협상으로 미국을 이끌기 위해서다.
홍민 통일정책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정권에서는 우리 정부의 중재와 소통 역할이 더 막중해질 수 있다"며 "미국의 외교안보라인이 세팅되는 시기에 우리 정부가 적극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함께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햇볕정책' 지지 경험 바이든, 北비핵화 협상 긍정 요소도
다행히 전략적 인내를 선택했던 10년 전과는 북한 핵 개발 상황이 바뀌었고, 이를 이유로 차기 바이든 행정부 외교 참모진으로 꼽히는 인사들 중에서도 북핵 단계적 접근법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오바마 정부의 성과로 꼽히는 이란 핵협정 모델과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의 교집합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계적 접근 방식'에 서로 공통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바이든 당선인 본인도 의회에서 과거 2000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전향적 내용의 대북 핵 협상을 기본적으로 지지했던 사실은 긍정적 요소다.
바이든 당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열렬한 지지자로도 알려졌다. 2001년 바이든 당선인이 외교위원장 당시 '햇볕정책' 지지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미국과 한국의 진보 정권이 동시에 출범한 만큼 보다 적극적 대북 공조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낙관적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