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업]택배 기사에게 필요한 사랑은? "포스트잇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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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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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윤중현 (77년생 택배 기사)


◇ 김종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을 하려면 뭘 해야 할까요. 일단 그 사람을 이해해야겠죠. 새로운 시대에 발생하는 노동자의 삶을 이해하고 그 괴로움을 덜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아주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코너. 뉴노멀 뉴로맨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너무도 사랑하는 택배 이야기를 해 봅니다. 새로운 시대 가장 호황을 맞는 산업 중 하나죠. 그런데 그 호황의 그늘 아래 과로나 생활고 또는 갑질로 고통을 호소하는 택배기사들 많습니다. 올해만 해도 열세 분의 택배기사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이분들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오늘 우리의 새로운 사랑하기를 도와주실 분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표현하죠. 조지 오웰을 꿈꾸는 77년생 택배기사 윤중현 씨, 어서 오세요.

◆ 윤중현> 안녕하세요. 우체국 택배일을 하고 있는 윤중현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종대> 아주 기골이 장대하세요.

◆ 윤중현> 감사합니다.

◇ 김종대> 아니, 택배일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 윤중현> 지난 2013년부터 일했습니다.

◇ 김종대> 2013년부터 우체국택배 소속으로.

◆ 윤중현> 그렇습니다.

◇ 김종대> 일을 하셨군요. 그럼 77년생이시니까 30대 중반부터 하신 거 아니겠어요.

◆ 윤중현> 네, 맞습니다.

◇ 김종대> 택배일은 왜 하신 겁니까?

◆ 윤중현> 그 당시에 제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서민들이라고 하면 저를 포함한 서민들이라고 하는 누구나 한 번씩 당한다는 사기를 당해서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해서 일을 시작한 게 택배일이었고요. 처음에는 고소득 보장, 주5일 보장 이런 안내문구들을 보고 들어갔는데 현실은 좀 참혹했었죠.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김종대> 참혹했군요. 그러면 글도 쓰고 싶었을 거고 그런데 그 와중에도 틈틈이 글을 쓰신 겁니까?

◆ 윤중현> 열심히 노력했었어요. 제가 글을 좋아하게 됐던 계기가 있는데요. 중학교 1학년 때 집에 있었던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었거든요.

◇ 김종대> 제가 아주 좋아해요.

◆ 윤중현> 그런데 그 데미안을 읽고서 너무 감명을 받아서 이런 걸 한번 읽어보고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집도 가난하고 재주도 없고 능력도 없고. 그러던 와중에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국어선생님이셨거든요. 제가 조금 과장 보태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습니다.

백일장에다가 글을 썼는데 선생님이 너 글재주 있다. 글 좀 써봐라 이런 얘기를 하신 거예요. 그 이후로 아직까지도 칭찬을 못 받아봤으니까 아마 제 인생의 유일한 칭찬인 것 같은데. 그 어린 나이에 그 선생님이 제가 굉장히 존경하던 선생님이었거든요.

◇ 김종대> 국어 선생님.

◆ 윤중현> 그런데 그때 그 느낌은 폐허 속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느낌이 들어서 어린 마음에 뿌리가 내려버린 것 같아요. 전문적으로 글을 쓴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포기하려고도 했었고 좌절도 많이 했었고 그런데 포기가 안 되는 그런 꿈 같은 느낌인 거죠. 그래서 틈날 때마다 계속 쓰고 있습니다. 습작 수준으로.

◇ 김종대> 포기가 안 되는 이끌림은 데미안에서 에바 부인의 대사로 나와요. 후반부에 나오는데 사랑은 강요하거나 간청하지 않아요. 내면에 끌리는 강한 확신입니다. 그 힘에 이끌릴 때 사랑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깁니다. 사랑을 쟁취하세요. 저하고 같은 취향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 윤중현> 감사합니다.

◇ 김종대> 오늘은 어째 택배기사가 아니라 문학평론가하고 얘기하는 기분이네요. 아무래도 빨리 택배 이야기로 돌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생활이 급해서 택배일하면 돈 잘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겁니다. 막상 해 보니까 벌이는 어땠습니까?

◆ 윤중현> 그전까지 하던 일들이 다 아르바이트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비해서는 비용이 나쁘지 않았어요. 처음에 들어갔을 때 받았던 돈이 400만 원 언저리였으니까요.

◇ 김종대> 괜찮네요.

◆ 윤중현> 네. 처음에는 뿌듯했었죠,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400만 원이 넘으니까. 일은 고되고 힘들어도 제가 3개월 만에 15kg가 빠졌었는데도 그래도 즐겁게 일했었습니다. 빚진 것도 조금씩 조금씩 갚아나가고. 그런데 계속 일 열심히하고 땀 흘리고 살이 빠지는데도 점점점점 생활이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이유를 저는 알 수가 없었죠. 나중에 알아 보니까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들이 있었던 거예요.

◇ 김종대> 400만 원 받는 데서 빠져나가는 비용. 어떤 겁니까?

◆ 윤중현> 기본적으로 저희는 택배 차량을 사서 번호판을 사고 택배일 시작하면 법적 신분상 개인사업자가 돼버리거든요. 그러면 택배일을 할 수 있는 탑차는 우리에게 노동을 도와주는 보조수단이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 개인사업자라고 하는 신분을 구속하는 굴레가 돼 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차량을 샀으면 차량 구매 비용이 할부로 매달 나가고 기름값이나 오일값이나 이런 차량 유지비용도 나가고.

◇ 김종대> 고장나면 고치고.

◆ 윤중현> 그럼요. 타이어 비용도 나가고. 그리고 매년 10%씩 부과세를 내거든요. 이거는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니까 100~120만 원 정도라고 하면 순식간에 임금이 200만 원대로 추락을 해 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예전에 공장 생활도 했었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었는데. 하다 못해 OO리아라는 데 아르바이트도 하고 하면 거기는 퇴직금이나 이런 것들이 다 정산이 되거든요. 그런데 퇴직금도 없고 식대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거잖아요.

◇ 김종대>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너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고 너 개인사업자야. 들어가는 비용 다 네가 책임 져.

◆ 윤중현> 그렇죠.

 



◇ 김종대> 그다음에 보험료, 연료, 식대 그런 거 우리 몰라. 너 사업자야 부가가치세 내. 이 얘기 아닙니까?

◆ 윤중현> 맞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서러웠던 게 몸이 다치면 처음에도 저도 일 서투니까 다쳤을 거 아니에요, 당연히. 몸이 다치면 당장 돌아오는 대답이 너가 알아서 해. 이겁니다. 알아서 하라는 게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랐죠. 이거는 정말로 제가 알아서 했어야 하는 일인 겁니다.

예를 들어서 2배 이상의 비용을 줘서 용차를 써서 댄다든지 주변에 있는 동료들한테 사정사정해서 내 물건을 나눠서 배달해달라고 한다든지 정말로 내가 알아서 해야 되는. 그래서 현재 대한민국에 5만 5000명 정도의 택배기사가 있다고 추정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계약서를 쓰고 정식으로 입직신고가 된 노동자는 1만 8000명에 불과하거든요.

◇ 김종대> 나머지는 투명인간 같이.

◆ 윤중현> 그렇죠. 유령처럼 배송을 하고 있는 거고, 계약서도 없고. 그래서 일을 하다가 대리점 소장이든 누구든 간에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하는 안 나와야 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거예요.

◇ 김종대> 일용직 같아요.

◆ 윤중현> 일용직보다 더 타죠. 거기다 차량 구매비용까지 본인이 부담을 했을 테니까 그래서 얼마 전에 로젠택배 기사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 김종대> 어떻게 된 사연입니까?

◆ 윤중현> 그분도 처음에 들어가실 때 택배차량을 구매해서 권리금까지 주고 들어가셨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점 소장이 어마어마한 갑질을 해서 월 수익이 200만 원에 불과한 그런 상황에서 빚을 다 갚지 못하니 저 좀 그만두겠습니다라고 읍소하고 사정을 했는데 그걸 그만두지도 못하게 해서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잃었던 사건인데요. 이런 일들이 법 적용이 안 되는 그냥 무법 천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 김종대> 지난 8일이죠. CJ대한통운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던 48세 김원종 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아침 6시 출근에 밤 10시 퇴근. 이러면 뭐예요. 하루 15시간 이상 택배 분류하고 또 배달하다가 돌아가신 거거든요.

12일에 돌아가신 쿠팡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는 퇴근 후 1시간 만에 돌아가셨어요. 사망 당일에 차고 있던 만보기에 5만 보가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또 같은 날 돌아가신 한진택배 기사님, 동료에게 새벽 4시 28분에 이런 문자를 보냅니다. 오늘 택배 물량 420개. 너무 힘들다.

참 이게 돌아가신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들여다보게 되는 현실이지 평소에 이런 현실들, 누구에게 하소연하겠습니까? 이게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겁니까?

◆ 윤중현> 네, 이거는 특별하거나 과장된 일이 아니라 제가 불과 어제도 접했던 일이고요. 어제 롯데택배 노동자들 파업을 시작했는데 그 노동자들이 하는 말 중에서 본인도 새벽 5시까지 일했다. 이런 일들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얘기들을 하고. 그래서 결코 과장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는 말씀입니다.

롯데택배 노동자들이 무기한 전국 총파업을 돌입한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한형기자

 



◇ 김종대> 그러면 윤중현 씨는 어떨 때 제일 힘든지. 분류작업, 일명 까대기라고 하나요. 여기서도 두세 시간씩 시간을 허비해야 되고 또 물건을 받냐 안 받냐 하는 갑질도 당해야 되지만 막상 배달할 때 배송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또 크신 것 같아요.

◆ 윤중현> 그렇죠.

◇ 김종대> 엘리베이터 고장 나면 어떻게 합니까?

◆ 윤중현> 이건 저도 그렇고 다른 동료들도 그렇고 아마 수차례 겪었을 일인데요. 엘리베이터 관련한 사연을 두 가지만 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엘리베이터가 겨울이 되면 보통 고장이 잘 납니다. 제가 하도 분해서 엘리베이터 수리하러 오신 기사님께 여쭤봤어요. 왜 겨울만 되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나요? 그랬더니 무슨 유압센서라고 하나요. 그 센서가 고장이 나서 한파가 오면 고장이 납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요즘 건물들 초고층 건물들이 많지 않습니까? 보통 10층, 15층인데. 15층에서 물건을 시킵니다. 그런데 물건 내용을 보면 생필품이나 이런 물건이 아니에요. 그러면 고객님한테 전화를 해서 고객님 사정이 이렇게 됐는데 1층 편의점에 맡기거나 다음에 다시 오면 안 되겠습니까, 이렇게 여쭤보고 양해를 구해면 당장 가져와달라 이렇게 얘기하시던 계세요. 그러면 1kg, 2kg짜리건 10kg짜리건 생수건 들고 올라가야 되거든요. 그렇게 올라가지 않으면 아까 얘기했었던 우체국의 갑질로 인해서 페널티를 먹게 되고 그런 관행이 있습니다.

◇ 김종대> 민원이 두려워서.

◆ 윤중현> 그런데 이 사연 중에서 그러던 와중에 제가 14층이었는데 그분께서 내려오시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이거고 꾸역꾸역 올라갔어요. 중간지점에서 만났죠.

◇ 김종대> 그냥 내려오라고 하지.

◆ 윤중현> 중간지점에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다리가 불편하신 분이었던 거예요.

◇ 김종대> 그랬군요.

◆ 윤중현> 아, 그때 제가 울컥했습니다. 뭐냐 하면 몸이 편한 사람들은 더 편하려고 하는데 정작 몸이 불편하신 분은 본인이 더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주는구나. 이런 걸 느껴서 제가 좀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얻은 적도 있었고. 그렇습니다.

◇ 김종대> 물건을 나르지만 또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있고 거기에서 이 일에 대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또 깨닫게 되시는 것 같아요. 동료분들이랑 힘든 얘기도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 계속 택비기사들 사망 소식이 들려오니까 동료기사들도 불안해질 것 같고. 또 무사히 이 일을 내가 끝낼 수 있을까,이런 불안의 목소리도 굉장히 많을 걸로 보여집니다.

◆ 윤중현> 택배노동자가 올해만 벌써 열세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그전까지는 힘들어도 젊으니까 내가 젊었을 때 돈 벌자라는 생각으로 몸 상하는 일도 모르고 일을 했었는데 요즘 제 주변 동료들을 보면 정말 아닌 게 아니라 나도 죽겠구나, 이런 생각 많이 합니다.

그래서 동료일 나가기 전에 나도 오늘 집에 못 돌아오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들 중에서 저희가 일 나가기 전에 나도 오늘 집에 못 돌아오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벽같이 나가기 전에 잠들어 있는 가족들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간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좀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 김종대> 전쟁터 나가는 것 하고 뭐가 다릅니까?

◆ 윤중현> 그러게 말입니다.

◇ 김종대> 인생이 전쟁인 것 같습니다. 뉴로맨스 로고송 듣고서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지 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김종대> 앞서 방송을 진행하는 중에 몇 번 눈시울이 붉어지셨어요. 오늘도 롯데택배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을 진행하고 계시죠.


◆ 윤중현> 맞습니다.

◇ 김종대> 어제부터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출정식에서 힘찬 어떤 파업 선언을 하고 대자보에 여러 가지 바람이나 다짐을 썼다고 합니다. 그중에 어떤 분이 이런 말을 쓰셨네요. 아, 할애비 인간 선언했다.

◆ 윤중현> 멋있어.

◇ 김종대> 멋있어.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는 우리가 힘든 노동에 찌들려서 삶에 끌려다녔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삶을 이끌겠다. 얼마 전에 나훈아 씨가 추석 때 방송에서 뭐라 그랬냐 하면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고 끌고 가자. 세월에 끌려다니지 마라. 이랬는데 이분이 야, 할애비 인간 선언했다, 이렇게 했다는 말이죠. 지금 유튜브 채널에서 화면에 한번 띄워놨으니까 한번 여러분들도 보시기 바랍니다. 이외에도 많은 사연이 올라왔을 것 같은데. 어떤 얘기 있죠?

◆ 윤중현> 제가 이거 약간 좀 부연설명을 하면 제가 우연치 않게 원본을 입수했는데요. 아, 할애비 인간선언했다 앞에 손주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 윤중현> OO아, 할애비 인간선언했다 이 얘기를 쓰셨다는 거예요. 현장의 전언에 따르면 이 할아버지는 손주 보기 부끄럽지 않은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용기를 내셨던 겁니다. 이 글을 봤을 때 정말 울컥했었고요. 내 아이들하고 놀고 싶다 이런 글들. 정말 소박하고 최소한의 그런 인간적인 요구들만 담겨 있는 문구들 제가 확인했거든요. 특별할 것도 없는 택배노동자들의 그런 요구인 것 같습니다.

◇ 김종대> 저도 하나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국회에서 국회의원할 때 국방부에 노조가 있습니다. 체력단련장이라고 골프장 노조가 있는데 한 해 한 번씩 파업투쟁을 한 거거든요. 두 번째 파업투쟁에 지부장이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작년의 일을 기억하는 7살짜리 아들이 아빠 가지 마 하고 두 팔을 벌려 막더라는 겁니다. 작년에 아빠 집에 못 돌아왔잖아. 엄마 매일 울었어. 그런데 올해 또 파업 나간다고. 그러니까 아빠 가지마하고 팔을 벌려 막을 때 그 아들을 제지하고 이 현장에 나와서 지금 시작하고 있다.

이 얘기 듣고 제가 하루 종일 그 이야기가 잊혀지지가 않아 혼났습니다. 오늘 참 가슴이 아려오는 이야기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에 윤중현 씨는 어린왕자, 나는 여우. 새로운 행성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주제는 사랑입니다. 우리 윤중현 씨, 또 그와 동일한 입장에 있는 동료들을 사랑하려면 무엇이 필요합니까.

◆ 윤중현> 제가 요즘 들어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기는 한데요. 그 사랑을 느낄 때가 다른 게 아니라 물건 배달하러 갔을 때 문 앞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보고 울컥울컥하는데요. 사람이 몸이 지치면 감수성도 예민해지지 않습니까? 일 끝날 무렵에 그런 거를 보면 실제로 차에 와서 울기도 하고 그럽니다.

고객들이 택배 기사에게 직접 보낸 손편지와 선물들. (사진제공=윤중현)

 



저도 모르고 배달을 하던 곳인데 어느날 갑자기 물티슈와 기저귀를 시키는 거죠. 매번 동일한 패턴으로 시킵니다. 그럼 누가 봐도 아이가 생긴 거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났으면 문을 열고 확인할 수도 없고 당연히 아이를 두고 나갈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문 앞에 두고 문자를 보내고 잘 받으셨는지 확인하고 이런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 4개월 지나다 보니까 문 앞에 어느 순간 손편지가 붙어 있는 거예요. 손편지의 내용은 누구누구 기사님, 누구누구 엄마 누구예요. 지난 몇 개월 동안 물티슈와 기저귀를 일정하게 잘 갖다 주셔서 우리 아이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사연들이 적혀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편지를 손에 들고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고 편지를 읽고 또 잘 이렇게 두 번 보고 세번 보고 그렇게 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게 이런 일들이 비단 저만 겪는 문제는 아니거든요. 택배기사들이 포스트잇을 보면 잘 보관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보관을 못하시더라도 사진을 찍어서 자기 앨범에 간직하고 있는다든지 이런 분들이 있거든요.

◇ 김종대> 정말 소박하네요.

◆ 윤중현> 그렇습니다.

◇ 김종대>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있는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 윤중현> 그럼요.

◇ 김종대> 정말 실감이 나고 이게 바로 사랑의 마지막 과정인 것 같습니다. 여러 처우 개선도 필요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살펴주는 따뜻한 마음, 배려가 아닐까. 이럴 때는 좀 사랑받는다는 느낌의 위로받고 막 북받쳐 오르는 거죠. 차 안에 가서 눈물이 나오는 거죠?

◆ 윤중현> 방심하고 있다가 흘리게 되는 한방울 눈물, 이런 거고요.

◇ 김종대> 진주 같은 눈물이 차 바닥을 적시네.

◆ 윤중현> 그리고 저는 한 가지만 덧붙이면 이런 사랑 표현과 관심 표현이 택배기사들뿐만 아니라 음식 배달이나 퀵서비스나 요양보호사들이나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같은 분들에게도 조금씩 관심과 애정이 두루두루 퍼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김종대> 우리 사회 갑질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다 호명해 주셨습니다. 응답을 또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이런 어떤 사랑의 노래로 우리가 이 자리를 마감할까 합니다. 오늘 고르신 노래가 있죠?

◆ 윤중현> 예예, 제가 평소에 흠모하는 가수인데요. 강산에 님의 널 보고 있으면이라는 노래입니다. 그냥 통상적으로 통속적인 대중가요임에도 시적인 표현들이 들어가 있어서 즐겨 부르고 듣기도 하는데 이 가사를 찬찬히 보면 너와 나의 관계에서 서로의 목마름을 보고. 영혼을 느낀다. 이런 관계를 다룬 가사거든요.

이거를 예전에는 제 연애 시절에 연애하는 대상에게 느꼈었는데 요즘처럼 택배기사들이 힘든 시기에 주변 동료들을 보면 이 노래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연인에 대한 사랑이나 동료들에 대한 사랑이나 다 마음은 본질적으로 같구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이 노래를 같이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택배 기사 윤중현(왼쪽)과 진행자 김종대. (사진제공=윤중현)

 



◇ 김종대> 어떤 동료들의 마음을 담아서 강산에의 널 보고 있으면, 우리 윤중현 씨가 세상에 뿌리는 하나의 씨라고 저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광고 듣고 그 광고에 이어서 신청곡이 나가니까요. 채널 돌리지 마시고 꼭 들어주세요. 윤중현 씨 오늘 감사합니다.

◆ 윤중현> 감사합니다.

◇ 김종대> 오늘 여기서 뉴노멀 뉴로맨스 첫 번째 시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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