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펭수·이근대위가 웬말…국감에 목숨건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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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클럽도 이해할 쉬운뉴스⑲] 국정감사
매년 10월이면 전세계 유일한 '기획국감'
권한과 관심이 기회…보좌진은 연휴반납
결국 산낙지·벵갈고양이까지 '이색 경연'

펭수(왼쪽)와 이근 대위(사진=노컷뉴스/이근 유튜브 채널 캡처)

 

얼마 전 정치 뉴스에 느닷없이 펭귄이 등장해 화제를 끌었습니다. '대세' 캐릭터 펭수를 국회 국정감사에 부른다는 소식이었죠. 엄격·근엄·진지한 국감장에 귀여운 펭수를 부른다니…. 펭수 본인의 거부로 일단 얄궂은 연출은 막았지만 어쩌다 이런 촌극이 빚어졌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도대체 국감이 뭐길래 특정 방송사 캐릭터까지 소환할 수 있는 걸까요? 또, 왜 그렇게 화제성에 집착하는 걸까요?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정알못' 펭클럽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뉴스. 오늘은 국회 국정감사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펭-하!

◇ 논란 끝 철회? 올해는 정말 달랐을까

국회는 오는 15일 EBS에 대한 국정감사에 펭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펭수는 안 나올 거랍니다. 예정된 프로그램 녹화 때문이라는데, 불출석 사유서에는 "캐릭터 신비감 손상을 우려한다"는 시청자 의견이 함께 담겼습니다.

머쓱해진 국회는 한발 물러섰습니다. "처우와 수익배분 문제를 살필 예정"이라던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도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관심병 아니냐"는 네티즌 지적에 "전혀 아니다. 그건 너무 쪽팔리다"라고 응수할 뿐이었습니다.

(사진=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번 국감에 호출된 셀럽은 사실 펭수뿐이 아니었습니다. "인성에 문제 있어?"라는 유행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유튜브 '가짜 사나이' 교관 이근 대위, 외식 사업가 백종원씨도 각각 참고인으로 거론됐습니다.

물론 모두 논란 끝에 철회됐죠. 그래서 '올해 국감은 좀 달랐다'는 평가도 일부 있습니다. 구렁이, 뉴트리아, 산낙지, 벵갈 고양이까지 등장했던 과거보다는 진일보했다는 겁니다. 참고로 산낙지는 당시 국감장에서 퇴장한 직후 의원님들 간식거리가 됐다고 하네요. 허허.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국감이 왜 이렇게 '이색 경연장'이 됐을까요?

2010년 10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유정복 농수산식품부장관, 국회 농림수산위원회 최인기 위원장 등 소속 의원들이 낙지 시식행사를 열어 머리부분부터 통째로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생중계' 국감장에 증인으로…막강한 권한

그 전에 국정감사가 뭔지 간단히 짚어봅시다.

국감은 한 마디로 국회가 행정부를 중심으로 국정 전반을 조사하는 겁니다. 매년 10월쯤, 20일 안팎으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딱 날짜 정해놓고 연례행사로 진행하는 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독특한 제도가 어쩌다 탄생했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기사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선 일단 넘어갈게요. (14. 10. 8 CBS노컷뉴스 : [변상욱의 기자수첩] 국정감사에 국민이 없다)

물론 경찰처럼 수사를, 검찰처럼 기소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관련 부처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필요한 경우 증인이나 참고인을 국감장에 불러세울 수 있습니다. 감사 결과에 따라 시정을 요구하고 처리 결과를 보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름 막강합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국감장에서 빗발치는 질의에 차분히 답하는 건 노련한 정치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선서를 외쳤다면 때에 따라 위증의 죄를 져야 할 수도 있고요.

펭수나 이근 대위 같은 경우 '정당한 이유'를 적은 불출석 사유서를 사전에 제출하면 되겠으나, 정부 각료나 기관장은 피할 길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의 답변을 준비할 공무원들도 자연히 피가 마를 테죠.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보좌진 "기자님, 이것 좀 써주세요"

이런 권한과 관심이 국회의원에겐 기회가 됩니다. 인지도에 목마른 초선들이 가만히 있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물론 초선이 아니어도 마음 놓을 순 없습니다. 국감 실적이 당내 평가의 기초 자료가 되거든요. 혹 게을리했다 공천에 영향을 준다면… 아이고.

때문에 국회 의원회관은 매년 여름휴가가 끝날 무렵, 즉 9월 초쯤부터 밤늦도록 불이 꺼질 틈이 없습니다. 특히 보좌진은 추석 연휴에도 쉬질 못합니다. 의원님 활약을 위해서라지만, 자신의 평가도 동시에 이뤄지는 게 국감이거든요.

출입기자들도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평소 땍땍거리던 비서관들이 "기자님 이것 좀 기사로 써주세요" 하며 공손하게 돌변하는 시간이거든요. 밤새워 만든 자료도 보도가 돼야 점수를 받고 자기들 걸로 '찜'할 수 있다니 그들도 어쩔 도리가 없는 셈입니다.

언론사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국정을 감시하고 문제를 드러내는 데 꽤 의미 있는 팩트가 제시되기도 하거든요. 이 무렵 쏟아지는 '단독 기사'가 대개 그런 식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과거 자료가 '재탕' 되거나 사실이 왜곡돼 알려지는 경우는 주의해야겠습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상시 국감? 문제가 상시화될 뿐"

올해 국감은 이제 1/3 능선을 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맹탕'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야당은 정부의 폐부를 찌를 날카로운 '한방' 없이 추미애 장관이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의혹제기를 되풀이하는 모습. 증인 채택에 인색한 여당도 '삼권 분립' 원칙을 살리지 못했다는 곱지 못한 시선을 받습니다.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기자 사칭을 밝혀내면서 증인 채택을 무산시킨 거대양당을 동시 질타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 정도가 그나마 인정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사진=정의당 류호정 의원실 제공)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처럼 시기를 정해놓고 국감을 하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상시 국감'을 하자는 의견이 또 나옵니다. 그러나 "문제가 상시화될 뿐(명지대 신율 교수)"이라는 회의론은 국회가 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인 것 같네요.

이번 국감은 몇몇 상임위를 제외하면 오는 26일까지 계속됩니다. 남은 기간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감사'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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