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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권 청구 위기' 부산 북구, 자가격리자 관리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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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수차례 걸었음에도 사흘 동안 격리지 이탈 파악 못 해
전담공무원 아닌 직원이 대신 자택 방문, 물품 전달
자필 서명 담긴 자가격리 통지서 회수 누락해 확인 기회 놓쳐
북구보건소 이탈 인지하고도 자가격리 담당자·부서 통보 없어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자가격리 기간 중 순천 장례식장을 방문한 부산 383번 확진자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순천시가 부산 북구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북구의 해당 자가격리자 관리가 전반적으로 미흡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북구는 수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사흘가량 자가격리자 이탈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자가격리자로부터 자가격리 통지서 수령증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건소가 이탈 사실을 인지하고도 같은 구청 직원인 자가격리 담당자에게 곧바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차례 통화에도 자가격리자 이탈 사실 몰랐던 북구

24일 부산 북구청 등에 따르면, 부산 383번 확진자 A(66)씨는 지난 17일 오후 4시쯤 역학조사를 통해 자가격리자로 분류됐다.

당시 A씨는 하루 전인 16일부터 순천시 한 장례식장에서 장모상을 치르고 있었다.

북구보건소는 17일 오후 9시 55분쯤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가격리자임을 알리고, 수칙을 적은 통지서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부산이 아닌 순천의 장례식장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북구 관계자는 "당시 통화한 직원은 A씨로부터 장례식장에 있다거나 순천이라는 말은 듣지 못해 당연히 부산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하지만, 본인이 A씨에게 정확히 위치가 어디냐고 먼저 물어봤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자가격리자로 지정됐으니 자택에 있어야 한다고는 분명히 알렸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통지서 수령증 회수 누락, 확인 기회 놓쳐

북구보건소는 다음 날인 18일 오전 10시 45분쯤 자가격리 대상자 명단을 북구 안전총괄과로 인계했고, 이에 안전총괄과는 일자리경제과 소속 직원 B씨를 A씨 전담공무원으로 지정해 통보했다.

담당자 B씨는 지침에 따라 자가격리통지서와 물품을 격리자에게 전달한 뒤, 본인이 직접 물품을 수령했는지를 확인하고 자필 서명이 담긴 수령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B씨는 부서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직접 물품 등을 A씨 자택으로 전달하지 않고, 이를 같은 부서 동료 직원인 C씨에게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C씨는 18일 오후 4시쯤 A씨 자택 대문 앞에 물품을 내려놓고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 앞에 물품을 가져다 놓았다"고 이야기했고, 이에 A씨가 "알겠다"고 답하자 그냥 돌아왔다.

원래 담당자가 아닌 C씨는 물품을 전달하면서 A씨 집 앞까지 갔음에도 자택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따로 확인하지 않았고, A씨로부터 자가격리 통지서 수령증을 받아오지도 않았다.

부산 북구청(사진=박진홍 기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자체 전담공무원을 위한 자가격리 모니터링 요령'에 따르면 담당자는 자가격리 통지서를 대상자에게 전달한 뒤 수령증에 본인 서명을 받아 보관해야 하며, 서명 확인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사진이나 스캔을 통해 할 수 있다.

만약 담당자 B씨나 물품을 전달한 C씨가 물품 전달 이후에라도 A씨에게 자필 서명이 담긴 수령증을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구했다면 자택에 없다는 사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를 하지 않아 기회를 놓쳤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물품과 수령증을 전달한 직원은 A씨 담당 직원이 아니다 보니 물품만 전달했고, A씨가 집 안에 있는지는 담당자가 확인할 것으로 생각해 따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령증만 사진으로 보내달라고 했다면 순천에 있는 A씨가 이를 찍을 수가 없으니 집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을 누락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B씨는 A씨에게 전화로 건강 상태 등을 확인했지만, 이때도 A씨가 순천에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이탈 인지하고도 왜 순천시에 통보 안 했나?

북구는 A씨가 부산이 아닌 순천 장례식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자가격리자로 분류된 지 사흘째인 19일 오후 5시쯤 처음 인지했다.

북구보건소 직원이 A씨에게 보건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안내하는 과정에서 A씨는 "순천 장례식장에서 부산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고, 이에 보건소 직원은 "즉시 귀가하고, 내일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안내했다.

(사진=연합뉴스)

 

북구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순천시는 만약 북구가 이탈 사실을 처음 인지한 이때라도 통보를 했으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한다.

순천시 관계자는 "자가격리자가 이탈해 타 지자체에 있었다면 지침에 따라 이 사실을 해당 지자체에 알려야 하고, 실제로 서울 등 다른 곳은 GPS 추적까지 해가며 순천을 여행한 사람을 통보한 적도 있다"며 "심지어 A씨가 확진 판정이 난 21일에도 먼저 통보가 오지 않아 따로 제보를 받은 우리 시에서 북구보건소에 확인 요청을 해 이 사람이 순천에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당시 A씨가 이탈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한 북구보건소는 순천시에 통보하기는커녕 같은 구 소속 담당자 B씨나 자가격리 담당 부서인 안전총괄과에도 내용을 곧바로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구 관계자는 "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소에서는 자가격리자 A씨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장례식장에 갔다 왔다'는 말을 들으니, '장례식장에 갔다 와서 자가격리가 됐구나'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A씨 담당자나 담당 부서에서 이탈한 사실을 인지하고 조치했을 거라고 생각해 따로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보건소에서 자가격리자 관리도 맡아야 하지만 업무 과중으로 안전총괄과에서 이를 담당하게 됐고, 안전총괄과가 지정한 담당자도 다른 부서 직원이다 보니 상호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순천시 구상권 청구 발표에 북구 "따로 입장 없다"

한편 순천시는 북구가 자가격리자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순천시 관계자는 "이 사람이 순천을 다녀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코로나19 검사를 199명이나 했고, 순천시민과 병원, 인근 시·군에 더해 해당 장례식장을 방문한 소방서 관계자들까지 한때 격리되는 등 모두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2박 3일 동안 잠 한숨 자지 못 하고 장례식장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며 방문자를 확인하는 등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가 엄청나게 심했다"고 말했다.

순천시청(사진=자료사진)

 

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지만, A씨는 자가격리 첫날 이미 북구보건소에 순천에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진술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된 뒤 법무팀과 협의해 A씨와 북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구는 정식으로 구상권 청구가 들어오면 제반 사항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북구 관계자는 "A씨 진술은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고, 순천시의 구상권 청구 발표에 대한 별도 입장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다만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담공무원 교육을 더 철저히 하고,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지 않은 대상자는 담당자가 직접 자가격리지를 찾아가 확인하는 식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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