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빛나는 프로야구 동료의식 2제, 그리고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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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사구로 패전투수 된 고우석, 상대 선수에게 오히려 사과
-상대선수 불행에 승리 세리모니 자제한 키움 선수단
-적이지만 때로는 동료가 될 수 있는 배려와 존중
-사생결단 정쟁 일삼는 한국정치에 귀감

지난 15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 한화 경기. 10회 말 한화 공격, 2사 후 주자 만루에서 정진호가 몸에 맞는 볼로 끝내기 역전을 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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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프로야구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대전 이글스파크.

5-5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던진 초구가 한화 타자 정진호를 맞히고 말았다.

경기는 그대로 끝나버렸다. 꼴찌팀 한화의 승리. 한화 선수들은 환호했다.

반면에 치열한 상위권 순위경쟁을 하는 LG로서는 쓰라린 패배였다.

LG 선수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며 더그아웃을 빠져나가고 있을 때. 패전의 멍에를 쓴 고우석은 속쓰린 마음을 감춘 채 더그아웃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구에 맞은 정진호를 향해 모자를 살짝 들어올리며 사과 인사를 전했다.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정진호도 괜찮다는 사인으로 맞았다.

중계화면을 타고 전달된 이 훈훈한 장면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동업자 정신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브룩스 아들의 이름을 넣은 모자를 쓰고 투구하고 있다. 이날 브룩스는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기아의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기아타이거즈 선수들은 모자와 헬멧 등에 투수 브룩스(Brooks)와 그의 아들 웨스틴(Westin)의 이름을 적고 경기에 나섰다.

미국에 있는 브룩스의 가족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해 팀의 에이스인 브룩스는 급히 미국으로 떠났다.

기아 선수들은 브룩스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장비에 'All is well'이라는 글귀를 새겼다.

키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접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뒀지만 승리 세리모니와 환호를 자제했다.


7전8기 끝에 승리투수가 된 키움 한현희는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승리의 기쁨보다 브룩스를 걱정했다.

한현희는 "브룩스 가족들이 괜찮기를 기도하겠다. 브룩스와 대화한 적은 없지만 같은 KBO리그 선수이자 동료다. 우리 선수들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행을 당한 브룩스나 사구를 맞은 정진호 선수를 걱정하는 마음에 아군과 적군의 구분은 없었다.

(사진=트위터 캡처)
승패에 앞서 같은 야구인으로서 배려와 존중이 있었을 뿐이다.

이 두 개의 장면은 피아(彼我)로, 보수와 진보로 갈려 사생결단식 정쟁을 일삼는 한국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정치에는 '상대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정신에 충실한 전사들만 있다.

'국민통합'을 강조한 대통령의 취임사는 휴지조각이 된지 오래고 여당은 내편 챙기기에만 몰두한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우며 양보할 기미가 전혀 없다.

야당은 국가적 재난과 죽음까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여당에 대한 공격에만 집중한다.


오랫동안 불공정을 일삼아온 과거는 잊은 채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사구를 던진 뒤 상대선수를 먼저 챙긴 엘지 고우석 선수는 프로야구 3년 차에 불과한 어린 선수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국정치가 고작 22살에 불과한 젊은 프로야구 선수의 아량에도 미치지 못한단 말인가?

적으로 서로 경쟁하지만 때로는 동료가 되기도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정치권도 국익 앞에서 때로는 같은 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프로야구 2개 장면에서 목격된 '배려와 존중'을 한국정치에 기대하는 것은 희망고문이라는 생각이 드니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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